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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印度를 왜곡하는가" 인도史 전공 이옥순 박사 강석경·류시화 글 비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인도를 바로, 우리의 눈으로 보자."

비문명적이고, 가난하지만 행복한 구도자들이 사는 나라라는 인도의 이미지는 영국인들이 식민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한 이념적 조작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 작가들이 이를 복제, 재생산하고 있음을 조목조목 지적한 책이 나왔다.

인도 근대사 전공으로 현지에서 7년간 공부한 이옥순 숭실대강사가 쓴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푸른역사)은 제 3세계에 대한 우리의 근거없는 우월감을 통렬하게 꼬집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서양은 합리적이고 진취적이며 동양은 신비하지만 열등하고 정체되었다는 이미지 조작을 '오리엔탈리즘'이라 적시한 것은 아랍계 미국학자 에드워드 사이드. 이 책의 1부는 인도에 관한 오리엔탈리즘의 폐해를, 2부에선 이를 답습하는 국내 작가들의 사례를 분석했는데 관심의 초점은 당연히 2부다.

"예문에 투영된 태도나 관점이 반드시 작가의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조심스런 단서를 달면서 강석경·송기원·류시화·황지우·법정스님 등의 글을 신랄하게 비판해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어서다.

강석경의 소설 『세상의 별은 다 라사에 뜬다』에서 주인공은 일반적으로 인도인들은 본능적이고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서양인 연인에겐 나긋나긋하다.

송기원의 구도소설 『안으로의 여행』의 주인공은 인도에서 "인간이지만 완전히 인간은 아닌", 가축처럼 맨발로 온갖 더러움 속에서 "굶주린 아귀"들을 만난다. "가진 게 없으니 잃을 것도 없고 집착이 없으니 자유롭겠죠"라는 은희경의 소설 『명백히 부도덕한 사랑』에도 도피처로서의 인도만 나타난다.

황지우 시인의 시 '노스탤지어'에 등장하는 인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도는 "무능이 죄가 되지 않고 삶을 한번쯤 되물릴 수 있는 그곳"(부분인용)일 따름이다.

이들 문학작품이 "식민당국의 힘과 그들이 가진 경멸감에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면 여행기는 우리 나라의 17배 정도의 땅에 10억 인구가 살아가는 역동적인 모습을 놓치고 반문명, 반현대적인 모습으로 그렸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광활한 인도를 여행하지만 영국 키플링처럼 인도인과 개인적 교류는 않고 각국의 백인 여행객들과의 만남을 담은 강석경의 『인도기행』은 차라리 '인도에서의 서양인 기행'이라 할 정도란다. 15년에 걸친 인도여행을 정리한 시인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도 "다 명상가같고 철학자같은" 하층민들을 만나지만 인도를 단일한 세계, 작은 마을로 단순화하는 맹점을 보인다. 여기 더해 저자는 묻는다. "절대적 빈곤상태에 있는 하층민들이 과연 정말 가난해도 행복한가?"라고.

"고양이 우는 소리처럼 신경 거슬렸던 힌두 음악"에 시달리다 네팔의 서점에서 "바흐의 브란덴부르크협주곡을 듣고 메마른 감성에 촉촉히 물기가 스며드는 것같았다"는 법정스님의 『인도기행-삶과 죽음의 언저리』도 비판의 대상이다.

저자는 인도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순진하지도 대등하지도 않으며, 되레 인도를 부정해야 할 '동양'이거나 지우고픈 아픈 기억으로 여긴다고 지적한다.

이는 19세기 제국주의자 영국에 감염된 '복제 오리엔탈리즘'이라고, 이를 극복하고 우리의 의식에 대한 내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호소가 절절하다.

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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