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숨어있는 이회창票' 얼마나 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대표는 17일 선거전략회의에서 "1백% 승리를 확신한다. 99%도 아니다"고 큰소리쳤다. 그에 따르면 "그동안 말을 안하던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말하기 시작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를 이틀 남겨놓고 여론조사가 이회창 후보에게 유리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이처럼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결과를 낙관하고 있다. 여론조사에는 안나타나는 '숨어 있는 이회창 표'가 투표에선 드러날 것이란 믿음을 갖고들 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격차를 8%포인트 이내로만 좁히면 우리에게 승산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뒤짚어 말하면 숨어 있는 지지표가 그 정도는 된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여론조사상 20∼30%에 달하는 부동층을 정밀 분석하면 李후보 지지가 더 많고, 조사 자체에 잡히지 않는 응답거절층엔 더욱 李후보 지지자가 많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후보 지지층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는 반면, 안정희구적인 李후보 지지층은 외형상 부동층에 머물러 있거나 아예 여론조사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1998년 부산시장 선거 때 안상영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최대 4.2%포인트 지다가 개표에선 1.6%포인트 차이로 역전승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본다.

한나라당은 현장 분위기도 강조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여론조사에서 우리가 크게 뒤진다는 지역들도 위원장들이 한결같이 '걱정마라. 지방선거 때보다 더 좋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10%포인트 이상 지면 선거운동이 어려운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해찬(李海瓚)기획본부장은 "한나라당이 현실을 인정하면 조직이 붕괴되기 때문에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며 "막판 표쏠림은 리드하는 쪽에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은 오히려 李후보 지지자의 결속도가 떨어져 투표 불참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어느 쪽이 허망한 신기루를 좇고 있었는지는 19일 저녁 투표함을 개봉하면 판가름날 전망이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