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요즘 의지하는 선수는 양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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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프로야구 두산은 깜짝 스타들의 산실로 유명하다. 최근 몇 년간 손시헌·이종욱·고영민·김현수 등 주목 받지 못하던 선수들이 팀 내 주전은 물론 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올해 두산이 배출한 ‘신데렐라’는 단연 포수 양의지(23·사진)다. 광주 진흥고를 나와 2006년 입단한 양의지는 당시 팀 내 주전 포수였던 홍성흔과 채상병 등에게 밀려 2년간 1군 무대에서 단 세 경기 출장에 그쳤다.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올해 복귀한 그는 단번에 최승환과 용덕한 등 경쟁자들을 제치고 주전 자리를 꿰찼다.

선수의 이름값보다는 땀과 노력을 중시하는 김경문 두산 감독의 눈을 사로잡은 결과였다. 양의지는 19일 현재 103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7에 15홈런·56타점을 기록하며 공격에서도 팀의 기둥 선수로 자리 잡았다. 특히 팀의 막판 순위 싸움이 한창인 요즘, 방망이에 더욱 불이 붙었다. 양의지는 19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팀이 5-1로 앞서던 8회 쐐기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최근 4경기 연속 홈런의 상승세다.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는 양의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30분씩 특별 수비 훈련까지 하고 있다. 강인권 두산 배터리 코치의 지도 아래 매일 쪼그려 앉아 공 250개를 막고 던지기를 반복한다.

결국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후반기 초반 페이스가 떨어져 한때 최승환에게 포수 마스크를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보약이 됐다. 잦은 비와 결장으로 휴식을 취하더니 가장 중요한 시점에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양의지는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 경쟁에서도 선두 주자로 꼽힌다. 그는 데뷔 5년차이지만 지난해까지 1군 출장 경력이 적어 신인왕 후보 자격(타자는 60타석, 투수는 30이닝 이하)을 갖고 있다.

올해 신인왕은 양의지를 비롯해 오지환(LG)·오정복(삼성)·고원준(넥센)·김수완·이재곤(이상 롯데) 등 지난해 이전에 데뷔한 이른바 ‘중고 신인’들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양의지는 가장 체력 소모가 많다는 포수 자리를 지키며 성적에서도 경쟁자들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양의지는 “타석에서 방망이를 세우다가 최근 어깨에 걸치는 폼으로 바꾼 뒤 타격이 잘 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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