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뽑는 구단 16억 내놔라" LG화재 배구 수퍼리그 불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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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재 배구단이 28일 개막하는 2002∼2003 한국배구 수퍼리그에 불참하겠다고 16일 대한배구협회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전국 남녀 실업 및 대학팀이 참가해 겨울철 시리즈로 펼치는 '백구의 대제전'은 파행을 면할 수 없게 됐다.

LG 측은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이경수(23)드래프트를 앞두고 단장 회의를 통해 "이경수를 자유계약으로 영입하는 데 지출한 16억원을 각 팀이 드래프트 비용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드래프트에서 LG가 이경수를 뽑으면 상관없지만 다른 구단이 뽑을 경우 16억원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은 "드래프트를 거부한 구단과 선수 간의 계약조건을 타 구단에 강요하는 것은 도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거부했다.

이들은 "드래프트로 이경수를 선발할 경우 계약금은 지난해 기준으로 많아야 8억원선"이라며 1년 전 4억5천만원에 계약했던 전 국가대표 손석범(LG화재)을 예로 들었다. 올해 부산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병역면제 혜택을 받은 점을 감안해도 10억원 이상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LG 측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수퍼리그 참가신청 마감시간(오후 4시) 직전에 드래프트 불참과 함께 수퍼리그 보이콧을 선언했다.

LG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배구계는 성토 일색이다. 배구협회와 전체 구단이 합의해 시행한 드래프트 제도 아래서 유망선수와 몰래 자유계약을 해 놓고 뒤늦게 '16억원 운운'하는 것은 억지를 넘어 도의적으로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동재 기자

dj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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