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때림에 얽힌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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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보(21~46)=백의 삭감에 대해 曺9단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21에 붙였고 이후 47까지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검토실은 백30의 빵때림을 보며 "어?"하고 기절할듯이 놀라고 있다. 曺9단이 둔 수가 아니었으면 욕 좀 먹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곁들여진다.

"세력을 잔뜩 쌓은 다음 빵때림을 허용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잖아요."

29로 축머리를 두고 31,35로 좌변을 연타한 것에 대해서도 "曺9단은 마치 연구해온 사람처럼 노타임으로 두어치우네요"하며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검토실은 설왕설래하고 있지만 빵때림을 준 것에 대해서만은 일치단결해 고개를 젓고있다. '참고도' 흑1로 받아둔 다음 서서히 공격을 노려야 옳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후 曺9단에게 물어보니 "포석이 내가 불리했대?"하며 깜짝 놀란다. 심각한 의견 차이를 드러낸 셈인데 이런 점이 바로 현대바둑의 미스터리다. 흑이 실리에서 크게 뒤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백집이 덤까지 기껏 40집인데 흑은 하변만 30집이 짱짱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뭐란 말인가. 세력을 쌓은 뒤 빵때림을 준 것은 분명 이론상 어긋나는 처사다.하지만 집을 곰곰 세어보면 흑은 실리에서 뒤지고 있지 않다.백A로 붙이는 노림수가 흑으로선 기분나쁜 요소지만 전체적으로 흑도 할 만하다는 것이 曺9단의 생각이다.

이 판의 포석은 진정 연구대상이었고 동시에 미스터리이기도 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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