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세계청년봉사단' 활동 마친 4인 男女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9면

모대학 전산학과 4년생인 임희혁(26)씨는 인생의 진로를 새로 짜고 있다. 내년 2월 졸업하면 전산분야가 아니라 사회복지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다. 계기는 봉사활동이다.

그는 2000년 8월 세계청년봉사단(KOPION·총재 금창태·중앙일보 설립 사단법인) 3기 단원이었다. 필리핀 가나안 농군학교에 파견돼 7개월간 활동했다. 낮에는 더위와 싸우며 농가일손을 도왔다. 밤에는 현지 고교생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쳤다. 임시 발전기로 불을 밝히고 모기에 뜯기면서. 영어도 통하지 않아 손짓 발짓으로 부딪쳤다. "장래 희망은?"하고 물으면 "없다"고 대답하던 학생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뢰와 희망이 함께 쌓여갔다. 귀국할 때 학생들은 일제히 기립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노래를 불러줬다. 눈물이 저절로 흘러 나왔다.

"처음에는 단순히 해외경험을 쌓아보겠다는 마음이었지요. 하지만 믿고 따라주는 학생들 때문에 바뀌었어요. 참된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마칠 무렵이었어요. 학생들이 '이제 희망이 생겼다'며 한 명씩 포부를 밝히더군요. 가슴이 벅차오더군요. 내가 세상에게 무언가를 해줬다는 뿌듯함이었을거예요. 그때 생각했지요. 앞으로도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과 더불어 살자고."

해외 자원봉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젊은이들의 해외봉사는 해외 배낭여행·어학연수에 이어 새로운 유행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외봉사는 어학을 실습하고 국제적인 경험을 얻게 한다. 어려운 지구촌 이웃을 돕는다는 보람도 있다.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이유이다. 방학 때면 많은 대학생 봉사단이 해외로 나간다.

그러나 대부분의 봉사기간은 길어야 한달 남짓하다.'맛'만 보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에 비해 코피온은 3개월∼1년씩 봉사를 하고 돌아온다. 대상 지역은 케냐·방글라데시·몽골·티벳·에콰도르 등 저개발국가다. 하는 일은 지역사회개발,아동보호, 컴퓨터·한국어 교육,의료봉사,NGO 사무보조 등이다.

참가자는 어떤 사람인가.'젊은 시절을 값지게 보내겠다"고 결심한 젊은이가 대부분이다.

봉사에는 돈도 든다.숙식은 현지 NGO가 해결해주지만 항공료 등 비용은 본인이 부담한다. 현지의 기후·숙식·근무여건은 열악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

아프리카 가나의 빈민구제 NGO에서 8개월간 근무하고 지난 9월 귀국한 인성문(여·24)씨를 보자. "생활은 더위와 말라리아 모기와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가난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현지인들이 힘이 돼주었다. 삶을 보는 눈을 새로이 뜨게 된 느낌이었다"고 돌이켰다.

지난해 1년간 남미 에콰도르의 농민단체에서 생활했던 남궁철(27)씨."태어나 처음으로 나누는 삶을 살았다. 그들의 가난과 고통을 함께 아파하면서. 그러면서 마음을 정화시키는 무언가가 깊은 곳에서 솟아오름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지난 4월 취직했다. 당시의 경험이 도움이 돼 해외영업 업무를 맡고 있다.

앞머리의 임씨처럼 봉사경험이 진로를 바꾸게 한 경우가 또 있다.

코피온 1기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박진우(24)씨. 그는 봉사활동이 인연이 되어 곧바로 현지 한국인 회사에 취직했다.2기로 우즈베키스탄에 갔던 이선영(31·여)씨는 봉사 후 타슈겐트 대학에서 한국어 교수로 재직 중이다.

코피온은 내년 2월에 파견될 제8기 단원 1백10명을 모집 중이다. 국내 최초로 36세 이상의 중·장년, 퇴직자들도 모집, 파견한다.

홍성호 기자

hario@joongang.co.kr

◇코피온은 99년 9월 이후 일곱 차례에 걸쳐 3백62명의 젊은이를 26개국 60여 NGO로 보냈다. 6,7기 단원 60여명은 지금 현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참가방법=홈페이지(www.kopion.or.kr)에서 신청서를 내려 받아 e-메일(ngo2000@joongang.co.kr)로 19일까지 접수하면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