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리'와 뒹군게 30년" KBS 새 일일극 '헬로! 발바리' 작가 강철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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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이 저보고 대본 쓰는 방법이나 아느냐고 묻습디다. 제가 1980년대 어린이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의 작가였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죠?"

인기 만화가 강철수(57·사진)씨는 요즘 '집필 삼매경'에 빠져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 KBS2 TV에서 방영되는 일일극 '헬로! 발바리'(밤 9시25분)의 작가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그의 만화를 극화한 것이므로 강씨는 원작자 겸 각색자가 된 것이다.

"솔직히 말해 원고료가 많지는 않아요. 만화 그리는 게 훨씬 낫지. 그런데 '발바리'를 저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있겠어요? "

본명 김달호. 나이 26세. 직업 대학생. 별칭 발바리(개의 일종). 발발거리며 여자를 쫓아다니지만 실속 없는 이 주인공 청년을 강씨가 데뷔시킨 게 72년이니 올해로 만 30년이 됐다. '사랑의 낙서'(72년) '발바리의 추억'(88) '돈아 돈아 돈아'(90) 등의 작품에서 발바리 달호는 건재를 과시해 왔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달호(권오중)는 두 명의 여자(김채연·이재은)를 쫓아다니지만 결국은 둘 모두에게 차이는 운명에 처한다.

"하지만 만화 속 달호와 드라마 속 달호는 많이 다를 겁니다. 예를 들어 여자를 좋아하는 성품은 같지만 무턱대고 여관으로 향하진 않죠."

노골적인 장면들은 대부분 은유적으로 처리된다. 여관으로 들어가는 대신 멀리서 슬쩍 여관 간판이 지나가는 식이다. 강씨는 KBS측으로부터 "가급적 술·담배·여관을 빼라"는 3불(不)원칙을 주입받았다고 한다.

'헬로! 발바리'는 11일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됐다. 자연 강씨의 손놀림도 바빠졌다. 이번 집필을 위해 일본에 서너차례 다녀왔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일본에선 만화가 극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그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에 따르면 '헬로! 발바리'는 속도 빠른 드라마가 될 듯하다. 드라마를 늘어지게 만드는 군더더기는 최소화한다. 물론 시트콤과도 구별되게 한다. 어색하고 과장된 연기는 추방할 계획이라고 한다.

"자꾸 웃기는 것만 생각하시는데 의외로 진지한 드라마가 될 겁니다.청춘의 사랑 이야기가 큰 축을 이루지만 여기에 다양한 인생 이야기가 함축됩니다. 정치·사회적 메시지도 담을 겁니다."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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