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I誌 올해의 선수에 랜스 암스트롱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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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제 단순한 운동선수를 넘어섰으며, 사이클 그 이상의 의미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

미국 언론의 이같은 평가를 미국 특유의 '영웅 만들기'로 넘겨 버리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고환암이라는 극한 상황을 뛰어넘어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엮어내는 사이클리스트 랜스 암스트롱(31·미국·사진)의 위대함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더 빛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9일(한국시간) 암스트롱을 '올해의 선수'로 선정했다. 암스트롱은 올해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 도로일주 사이클대회)에서 또다시 우승, 4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SI는 그를 올해의 선수로 선정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는 이제 희망의 메신저다. 1주일 동안 그에게 쏟아지는 메일은 3백여통에 이른다. 그 사연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생애의 막바지 단계에 이른 사람들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어려울 때마다 그를 떠올린다. 그의 전기를 읽고, 그의 영화를 보며 한가닥 삶의 희망을 갈구한다. "

1999년 그가 생존율 40%의 고환암을 딛고 투르 드 프랑스를 제패할 때만 해도, 그의 스토리가 일과성 영웅담에 그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이클 선수로서의 경기력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았던 탓이었다.

그러나 그의 위대함은 극한 상황을 단순히 '극복'했다는 것보다 그 이후 고독한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뚝심'에 있었다. 99년 투르 드 프랑스 대회를 끝내고 한달의 휴식기를 마치자마자 그는 곧바로 다시 페달을 밟았다. 정상적인 선수들보다 체력이 쉽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곤 그를 추격해오던 2위권과의 격차를 점점 더 벌려나갔다.

올해 투르 드 프랑스에서도 그는 8구간에서 충돌사고로 중위권으로 떨어지는 위기를 맞았으나 이후 강철 체력으로 스퍼트, 지난 대회보다도 더 일찍 14구간에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2위 호세바 벨로키와는 무려 7분17초차.

그는 이미 2004년까지 6연패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극복, 그 이후'의 힘찬 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이제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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