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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개 상장·등록사 쫓겨날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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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금융당국이 상장·등록기업의 퇴출기준을 대폭 강화함에 따라 증시에 퇴출비상이 걸렸다. 아직 시한이 조금 남았지만 지금 당장 이 기준을 적용하면 무려 34개 상장기업(코스닥 7개)이 시장에서 쫓겨날 것으로 조사됐다.

<표 참조>

3개월∼1년간의 퇴출 유예기간이 주어지는 관리종목 편입 대상도 두 시장을 합쳐 모두 62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위원회가 퇴출 기준을 강화한 것은 제대로 영업활동을 하지 못하는 기업이 간신히 연명하면서 오히려 주가조작 등 불법행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위 관계자는 "벤처 붐이 일 당시 끌어모은 공모자금으로 버티는 코스닥 기업이 상당수"라며 "변변한 수익모델도 없는 기업들을 속아내지 않으면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설·강화된 퇴출기준=우선 영업실적이 부진하거나 법정관리·화의를 신청한 기업은 바로 쫓겨난다. 상장기업의 경우 연 매출액이 50억원에 못미치면 관리종목에 편입시켰다가 다음 해에도 매출이 늘지 않으면 퇴출시킨다.코스닥 기업은 영업·경상손익이 모두 적자이고 부채비율이 업종 평균의 3배 이상이면 관리종목 편입을 거쳐 퇴출된다.

사실상 현재 퇴출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법정관리·화의 신청기업의 경우 앞으로 이를 신청만 하면 곧바로 퇴출된다. 이미 법정관리·화의절차를 밟고 있는 62개 기업(거래소 55,코스닥 7)에는 2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지만 이 기간동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퇴출을 면치 못한다.

상장기업으로서 최소한의 거래와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도 새로 생겼다. 일단 주가가 액면가의 20%에 못미치는 상태가 30일 지속되면 관리종목에 넣고,이후 60일간 10일 연속(또는 비연속 20일) 이 상태가 나타나면 퇴출된다. 이미 시행중인 코스닥 시장은 최저 주가 기준을 액면가의 20%에서 30%로 상향조정했다.

◇진입·퇴출 절차도 개선=부도가 나는등 퇴출사유가 명백하면 이의신청 절차도 생략된다.또 퇴출 예정 기업에 대한 정리매매 기간을 현행 15일에서 7일로 단축하고 가격제한폭을 해제하는 한편 30분 단위의 동시호가 방식만 허용된다.투기세력의 '폭탄돌리기'를 차단하기 위해서다.다만 퇴출된 코스닥 기업의 시장 재진입을 1년간 제한하는 현행 규정은 폐지됐다. 시장 진입 조건도 강화된다.코스닥 시장의 경우 외형적 조건 외에 기술력과 시장성·수익성 등에 대한 질적 심사가 강화하고 진입기준도 기업규모와 건전도에 따라 차등화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시장 반응=증시 전문가들은 그동안 진입에 비해 퇴출이 더 어려웠던 현실을 시정한 조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그러나 투자자들이 갑자기 큰 손해를 보게 되는 조치도 포함돼 걱정스럽다는 반응도 있다.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투자자의 이익에 반하는 기업들은 시장에서 퇴출시키는게 당연하지만 이 경우 소액 주주들도 큰 피해를 입게 된다는게 문제"라고 말했다.

최현철·김준술 기자

chd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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