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이 교회 관련 이야기로 CD 유머집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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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서로 자기 성당 신부를 자랑했다. "우리 신부님은 한 가지 주제로 한 시간이나 얘기한다." 듣고 있던 아이는 '우리 신부님은 주제도 없이 한 시간 넘게 강론하시는데…'라고 말했다.

#한 신자가 붕괴 위험이 있는 다리를 건너야 했다. '주님,무사하게 보살펴 주시면 10만원을 헌금하겠습니다'라고 기도했다. 절반을 건너도 이상이 없자 '주님, 5만원만 내면 안됩니까'라고 하더니, 반대편에 거의 이르자 '주님, 돈 안내면 안됩니까'라고 딴소리를 했다. 그 순간 다리가 무너지려 하자 하늘을 향해 외치길 '주님,농담도 못합니까'.

#운전하며 즐겨부르는 찬송가들. 시속 60㎞의 안전 운전자들은 '언제나 주님과 함께', 1백㎞로 달리는 이들은 '주께 나 가리라', 1백30㎞로 과속하는 운전자들은 '주께 대령했나이다'.

#헌금을 잘 받아내는 성당에 다니는 사람의 아이가 동전을 삼켜 목에 걸렸다. 남편이 병원에 데려가려 하니 부인은 신부를 부르면 된다고 한다."우리 신부님은 어디에서든 돈을 잘 빼내잖아요."

광주평화방송 사장인 송종의(宋鍾儀·야고보·53)신부가 '못 웃기는 신부의 웃기는 이야기'라는 CD 유머집을 냈다.

70분짜리 두 장에 수녀·신자 등과 담소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1백10여개 유머를 담았다.

▶신부와 신자▶주일학교▶천당과 지옥▶기도▶헌금 등을 주제로 한 교회 관련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지만 비신자들도 들을 만하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흐르고,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게 하는 것들이다.

宋신부는 "세속의 얘기 등 훨씬 재미있는 것들도 많이 알지만 거룩하고 청아한 조크만 골라 실었다"고 말했다.

광주가톨릭대 재학 시절에 들은 얘기부터 여수·순천 등에서 사목하면서 접한 에피소드, 책에서 읽은 것 등을 정리했다고 한다.

그는 1989년부터 4년6개월간 미국에 있을 때도 국내 유행 우스갯소리들을 모아 미국 교우들에게 들려 줄 만큼 유머에 관심이 많았다. 미사 때 상황에 걸맞은 한두 건씩 풀어 지루한 분위기의 청량제로 삼는 등 유머를 잘하는 신부로 광주대교구 내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은경축(사제 서품 25주년, 9일 광주 북동천주교회에서 기념미사)을 맞은 그는 교우와 동료 신부 등에게 어떻게 보답할까 생각하다 '웃음 보따리'를 착안했다.

"신부가 시덥지 않은 농담이나 한다고, 자칫 천박한 처신으로 보일까 망설이다 용기를 내 녹음했습니다. 웃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고,그 웃음을 전하는 게 유머 아닙니까."

건강 증진에 좋고, 자신감을 심어 주는 등 웃음과 유머에 대한 그의 예찬론은 그칠 줄 몰랐다. 宋신부는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해학과 웃음의 복음을 전하고 싶다"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들을 좀더 밝고 넓게 펼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팬들의 반응이 좋으면 2집도 낼 작정이며, 유머집을 일반인들에게도 그냥 나눠 주겠다고 한다. 062-231-7700.

광주=이해석, 사진=양광삼 기자

lhs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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