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료 한 푼 없어도 '짜릿한' 경험 때문에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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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이 되고 싶은 여성의 꿈을 실현시켜 드립니다."

일반인들을 모델로 쓰는 패션 잡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달에 한번 시중에 무료로 제공되는 잡지 ‘요조’가 그 주인공이다. 카메라 테스트를 하는 날이면 고교생부터 전문직 여성에 이르기까지 200~300명이 몰려온다. 인쇄매체가 불황에 허덕이고 있지만 지난 5월 창간한 이 잡지는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모델비 한 푼 없는 '무료봉사'다. 그러나 이 잡지모델이 여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짜릿한' 경험 때문이다. 카메라 테스트를 통과하면 멋진 '신상'을 입고 최고급 뷰티샬롱에서 메이크업까지 받는다. 또 경력 10년 이상의 프로사진가들이 스튜디오에서 ‘남기고 싶은 사진' 을 찍어 준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 보는 모델이 돼 인쇄매체에 화려하게 등장하는 것이다.

일본의 타쿠쇼쿠 대학 국제학과에서 재학 중인 박정아(23)씨는 여름방학 때 '요조'에 출연했다. 160cm의 작은 키지만 이 잡지를 통해 패션모델의 꿈을 실현했다. 박씨는 “오디션 발표가 나고 촬영을 기다리는 한 달 동안 마음이 너무 설레였어요. 몽환적이라는 분위기에 맞는 사진을 찍기 위해 잡지나 인터넷을 보고 혼자 연구를 했죠”, 박씨는 “사진들을 앨범으로 만들어 영원히 보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진을 통해 평소 모습과 다른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잡지의 매력이다. 일본 영화 수입업체에서 근무하며 한국에서 9년째 살고 있는 수기모토 아즈미(31)씨도 다음달 이 잡지에 등장한다. 그녀는 “얼굴이 너무 크게 보여 콤플렉스가 많지만 사진을 통해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크다” 며 잡지가 나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또 디자이너인 서수아(24)씨는 “비록 모델비는 안 받지만,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만약 다른 곳에서도 모델 출연 제의를 받는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두고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요조’를 발간한 이봉교 대표(37)는 "소위 '쭉쭉빵빵' 만 모델을 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아줌마, 할머니 등 모든 여성들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이 대표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인 모 대기업 기획실 출신이다. 그는 일반인을 모델로 하는 패션 잡지 창간을 결심하고 회사를 그만둔 뒤 지난 5월 무료 패션 잡지 '요조'를 창간했다.

김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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