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 눈·귀 유혹 感性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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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현대백화점 목동점 지하 1층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다. 이곳에서는 매일 오후 2시부터 두시간 동안 음악회(사진)가 열린다. 비싼 공연장에 가서나 즐길 수 있는 전문 클래식 연주를 통해 현대백화점의 이미지는 자연스레 다른 백화점과 차별화된다.

백화점들이 고객의 감성을 자극해 소비를 유도하는 마케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제품의 질이나 구성, 가격뿐 아니라 청각·후각·시각 등의 감성적인 요소를 자극해 소비를 확대시키려는 '감성 마케팅' 전략이다.

최근 백화점에서 내세우는 감성 마케팅은 고급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할인점에 대항하기 위해 제품의 고급화를 내세우고 해외 명품 브랜드 입점 경쟁을 벌였던 백화점들이 최근 감성적 요소의 고급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초 압구정 본점 숙녀복 매장 2층에도 그랜드 피아노를 들여 놓았다. 이곳에서는 매일 네 차례 클래식 연주를 한다. 현대백화점은 매장 음악 선곡에도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달부터 전문 음악 디렉터를 고용해 요일별·시간대별·장르별로 음악을 세분화했다. 방송실 직원이 임의로 음악을 골랐던 이전과 달라진 것이다.

또 고객에게 보내는 상품 광고전단에 네잎 클로버와 낙엽을 동봉하기도 하고 매장 고객에게는 시집이나 화분을 선물하기도 한다.

롯데백화점에서는 강남 청담동의 유행 문화를 백화점 매장에 도입하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0월 롯데백화점 본점 2층 숙녀복 매장 한가운데는 '패리쉬'라는 샌드위치 전문점이 문을 열었다. 패리쉬는 유명 연예인들과 패션인들이 주로 드나든다는 서울 강남 청담동의 명소. 롯데백화점으로는 연간 1억여원이 넘는 숙녀복 매장의 수수료 수입을 포기하는 대신 청담동 문화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제 백화점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즐기면서 휴식과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야 한다"며 "앞으로 이런 공간을 계속 넓혀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모든 손님에게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명품관을 방문하는 고객의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대리주차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갤러리아 백화점 생활관의 여성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했다. 또 여자 화장실 문을 열면 클래식 음악이 나오도록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매장에 있는 장식용 꽃을 생화(生花)로 교체했다.

현대백화점 판매촉진팀 김대현 차장은 "상품이나 가격으로 접근하는 방식에 고객들은 이미 식상해 있으며 이성보다 감성에 의해 소비하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글=박혜민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acirf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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