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차별 골프로 NYT 내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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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신문은 사설로 회사의 입장을 밝히고, 기자들은 나름대로 정보와 의견을 기사와 칼럼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두 시각이 부닥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적인 권위지 뉴욕 타임스가 요즘 이 문제로 시끄럽다. 갈등의 소재로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명문 골프클럽 오거스타 내셔널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등장한다.

타임스는 수개월 전부터 대(對)오거스타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여성회원을 받아들이지 않는 관행을 고치라는 것이다. 타임스는 수십 차례 기사를 쓰다가 급기야 지난달 18일 사설에서 우즈의 불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오피니언 페이지가 아니라 스포츠면에 칼럼을 쓰는 데이브 앤더슨은 이 사설에 맞서는 글을 썼다. "오거스타 논란은 그의 싸움이 아니다. 우즈는 그저 골프만 치게 놔두라"는 논지였다.

스포츠 담당 기자 하비 애러턴의 글도 사설과 충돌했다. 오거스타가 여자를 받지 않는 것이나 올림픽에 여자 소프트볼이 없는 것은 다를 바 없다는 논리였다. 퓰리처상 수상 경력의 앤더슨과 관록의 기자 애러턴의 글은 그러나 보기좋게 몰고(沒稿)됐다.

사건은 경쟁지인 뉴욕 데일리가 이를 재빨리 보도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문제가 시끄러워지자 편집국장 제럴드 보이드는 기자들에게 회사의 입장을 설명하는 메모를 보냈다.

그는 "사설과 뉴스의 영역을 엄격히 분리해 서로 존중해 주는 것은 한쪽이 다른 쪽을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를 수반한다"고 피력했다. 기자들이 먼저 회사의 논지를 공격했다는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특히 앤더슨의 글에 대해 그는 "자신의 의견과 사설의 시각이 대립하면 자신의 것은 스스로 흡수해 버려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타임스에는 적잖은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전직 타임스 기자로 현재 하버드 대학 미디어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앨릭스 존스는 "역사적으로 타임스 칼럼니스트들이 유일하게 조심해야 하는 것은 회사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일이었다"고 비꼬았다. 보수적인 미디어 리서치 센터의 브렌트 보젤 소장은 "사람들은 신문이 칼럼을 통해 활발한 토론을 장려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상은 편집간부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타임스에 글을 실을 수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보이드 편집국장은 "기자들은 개인의 시각을 표현할 상당한 재량권을 갖지만 동시에 신문의 정서와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어느 쪽 말을 들어야 할지, 타이거 우즈는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ji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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