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선택] 삼성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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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최근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주가가 약세다.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회복세가 둔화되면서 IT 제품의 수요도 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단지 기우로 치부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 IT 기업, 특히 전자부품 기업은 이런 영향을 훨씬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니 수익성이 오히려 탄탄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LED TV 시장의 확대다. 급증하던 세계 LED TV 판매는 월드컵이 끝난 뒤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9월 이후부터는 다시 LED TV 수요가 고개를 들 것으로 예상된다. 추수감사절·크리스마스 등의 성수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세계 LED TV 판매는 3706만 대로 지난해(202만대)보다 1733%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의 경기 둔화를 감안해 대신증권이 자체 추정한 수치다. 내년에도 150%가량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과실은 삼성전자·LG전자 같은 LED TV 업체뿐 아니라 LED 칩을 만드는 부품 업체도 나눠 갖게 된다.

둘째,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같은 신종 모바일 기기의 등장이다. 이런 모바일 기기의 특징은 기존 휴대전화 단말기보다 전력소모가 많다는 것이다. 이럴 때 덩달아 많이 쓰이는 부품이 있다. 전력 공급 계통에 관련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라는 것이다. 갤럭시S·아이폰·아이패드 열풍은 MLCC 수요를 크게 늘려 놓았다. 올 4분기 국내 업체들이 아이패드와 경쟁할 태블릿PC를 내놓으면 MLCC 수요는 더 늘어나게 된다.

셋째, 환율이다. 국내 전자부품 업체들의 경쟁 상대는 일본이다. 중국은 물론 대만도 아직 기술이 부족하다. 그런데 원-엔 환율이 국내 업체에 이로운 쪽으로 돌아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월 평균 100엔당 1248원이던 것이 지난달에는 1378원이 됐다.

사실 이런 조건들은 삼성전자·LG전자에도 유리한 점들이다. 하지만 삼성과 LG는 LED TV는 물론 스마트폰·태블릿PC 시장을 놓고 미국 애플이나 일본 업체와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이에 비해 전자부품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하다. 환율 때문에 미국 애플도 한국의 부품을 쓰는 실정이다.

전자부품 업체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삼성전기다. LED칩과 MLCC를 모두 생산한다. MLCC는 애플에도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 제품군 중 하나인 ‘다층회로기판’도 유망하다. 일반 회로기판이 1층 주택이라면, 다층회로기판은 고층 아파트에 해당한다. 공간 활용도를 훨씬 높인 것이다. 이는 스마트폰에 필수다. 기능이 다양한 스마트폰은 많은 회로를 작은 공간에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최근 유리하게 돌아가는 시장 상황 때문에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올 2분기에 매출 1조9065억원, 영업이익 3111억원이라는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냈다. 기록 경신은 3분기에도 연이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는 최근 주가가 많이 조정을 받기도 했다. 올 초 9만원대에서 지난달 중순 16만원 근처까지 올랐다가 떨어져 17일에는 12만9500원이 됐다. 이 회사가 연이어 실적 최대치를 새로 만들어 나가고 있음을 생각하면 지금은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만 IT는 미국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인 만큼 IT 업종에 투자할 때는 앞으로 미국의 경기 둔화가 더 심화되지는 않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는 점을 새겨둬야 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위원 (제1회 중앙일보·톰슨로이터 애널리스트 어워즈 전기·전자 업종 투자추천 1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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