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反美감정]전문가 시각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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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 사회의 반미 감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정부 여중생 사망 사건이 직접적인 확산 계기가 됐지만 남북 간 화해 기류와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도 근저에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한·미 동맹관계가 이번 사건으로 훼손돼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반미 감정 원인과 대책=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내년의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50주년을 앞두고 반미주의가 최고조에 달한 것은 아이러니"라며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화해·협력이 가속화하면서 미국이 분단 극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시달려온 우리 민족이 여중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국민이 미군 주둔에 감정적으로 반발할 수 있지만 전략적인 접근을 통해 한·미 동맹을 새 차원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장희 외국어대 교수는 "여중생 사망 사건은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국민의 반미 정서를 반미 의식화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정부는 미국 법에 대한 우리 국민의 무지(無知)가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안이한 판단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수 민화협 정책실장은 "반미 감정 확산은 지구 온난화 문제 등에 미국이 반대하면서 대미(對美) 불만이 커진 것과 맞물려 있다"고 지적했다.

◇SOFA 개정=李교수는 "미군 범죄에 대한 초동 수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SOFA의 독소 조항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반면 金교수는 "80여개 국가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이 해당국에 미군의 사법 처리를 맡길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SOFA 개정보다 운영 면에서의 개선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일부 단체의 반미 움직임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데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李교수는 "미군 철수 얘기만 나와도 외국 투자 자본이 빠져나갈 수 있다"며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비롯한 현실적 이익을 미국으로부터 받아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金교수는 우리 시민단체의 방미(訪美) 시위와 관련, "처참한 모습의 시신이 든 사진의 공개를 꺼리는 미국 관행에 미뤄 사망한 여중생 사진을 들고 뉴욕 시내를 누비는 행동이 비합리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며 "보다 설득력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종 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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