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두려워해선 회사 발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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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O J'(오웬 존스 로레알 회장의 애칭)는 지난 1월 14일 서울을 찾았다. 세계 1위의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을 책임지고 있는 그였지만 서울에서의 3박4일을 '소리없이' 보냈다. 1995년 이후 네번째 한국 방문이었다.

O J의 방한 스케줄은 여느 글로벌 CEO와 달랐다. 정부 고위층을 만나는 일도, 언론인들과 기자회견도 열지 않았다. 호텔 체크인을 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시장 방문. 고급 리무진 대신 대형 버스를 대절해 회사 간부들과 각 브랜드 담당자들을 태우고 백화점·화장품 전문점·마트·약국 등으로 화장품 시장 조사를 나갔다.

그는 진열돼 있는 로레알 제품의 배열 순서에 대해서까지 매장 직원에게 충고했다. 프랑스 파리 교외 클리쉬에 있는 로레알 본사 건물에서 세계화 전략을 짜고 있는 오웬 존스는 세계 1백30개국에 펼쳐 있는 해외 매장을 둘러보는 빡빡한 일정 때문에 e-메일 인터뷰를 했다.

-로레알은 지난 17년 동안 계속 두자릿수 비율로 성장했다.

"우선 우리는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총매출액의 3%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제품 혁신없이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둘째로 우리는 역량을 핵심 제품과 브랜드에 집중시켰다. 회장으로 임명됐을 때 내가 처음 한 일은 몇가지 사업을 정리하고 브랜드를 팔면서 제품군을 줄여나가는 것이었다. 기업이 수익성 있게 성장하기 위해선 무엇이 우리 사업에 최고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셋째는 글로벌화다. 국내 시장인 프랑스는 총매출의 15%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10년 전 유럽내 매출은 전체의 85%였지만 지금은 50%도 안된다. 이는 북미·남미·아시아 시장의 성장 때문이다."

-실수한 직원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제공한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모든 임직원에게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업무를 제공하려 한다. 만약 그들이 어떤 업무에서 실패한다면 적합한 다른 업무를 찾아주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회사의 배려는 직원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된다."

-'실수할 수 있는 권리'가 기업 철학인가.

"화장품 산업은 시장이 급속하게 변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옳다 그르다고 증명하기 전에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그 후에 옳은지 그른지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능숙해진다. 하지만 때로는 우수한 사람들도 실수하게 마련이다. 실수를 피하려고 하면 경험을 쌓을 수 없게 된다. 회사가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직원들이 모험을 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내가 처음 출시한 제품은 완전한 실패작이었지만 나는 아직 여기 있다(처음 입사해 훈련생으로 제품 개발 부서부터 일을 시작하게 된 존스 회장은 새로운 헤어 스프레이를 개발했다. 하지만 이 신제품은 헤어 스타일이 고정되지 않는 결정적인 결점으로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순이익을 두자릿수로 증가시키는 것은 무리한 목표가 아닌가.

"당신이 운동선수라고 가정해 보자. 달성 가능한 기록을 목표로 삼는다면 당신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 높은 기록을 목표로 할 때만 발전할 수 있다. 목표는 높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로레알의 아시아 시장 전략은.

"로레알은 프랑스 회사지만 메이블린과 키엘은 미국, 슈 우에무라는 일본, 조르지오 아르마니 향수는 이탈리아에 기원을 두고 있다. 다양한 국적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것은 로레알의 다양성을 상징한다. 바로 이러한 현지화 노력이 로레알의 중요한 전략이다. 예를 들어 아시아 시장을 위해 특별히 개발된 화이트닝 제품이 대표적이다. 사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화이트닝 제품이 필요없다. 하지만 로레알은 하얀 피부를 꿈꾸는 아시아 여성을 위해 특별한 미백 제품을 개발했다. 랑콤의 화이트닝 제품은 이미 한국 시장에서 베스트 셀러다."

-직원들에게 특별히 요구하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만큼의 열정으로 일을 사랑하라고 부탁하고 싶다. 여성들을 사랑해야 하고, 제품을 사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성들의 요구를 잘 파악하기 위해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나는 직원이 어떤 업무를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아낌없이 격려한다. 그리고 실패했다는 것을 알면 그 사실을 바로 지적한다. 겸손함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실패했다고 누군가를 해고한 경우는 없지만 말이다."

-로레알 비즈니스에서 한국 시장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인가.

"한국은 로레알이 진출한 1백30개국 중에서 그룹의 10대 전략 국가에 선정될 만큼 매우 중요한 나라다. 한국의 화장품 시장 규모는 세계 8위로, 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이같이 성장 가능성이 큰 한국을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한국 여성은 화장품 시장에서 잠재력이 매우 크다. 한국 소비자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 역으로 로레알 그룹에서는 한국 시장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이 테스트 마켓으로 간주될 만큼 중요하다. 프랑스·미국·일본에 이어 한국에 로레알 연구소의 테스트 센터를 설립한 것도 그룹 내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현재 로레알 그룹에서 로레알코리아는 15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5년 내에 10위 안에 들 것으로 본다."

김동섭 기자

don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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