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깊던 은행주 다시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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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가계대출이 부실화 할 것이란 우려 탓에 시름이 깊었던 은행주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업종 대표주인 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 5.75%(2천5백원) 올라 4만5천9백50원을 기록했다. 3일 연속 올랐으며 지난 10월 18일 이후 최고가다. 은행업종지수도 이날 3.67% 올랐다. 10월 11일 이후 19% 상승한 것이다.

물론 은행들의 경영여건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우선 카드부문의 연체율이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부실화를 막기 위해 충당금(돈을 떼일 가능성에 대비해 적립하는 돈)을 경쟁적으로 쌓고 있어 4분기 실적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미래에셋증권 한정태 연구원은 "현재 은행업종은 투자매력이 크지만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면 주가가 다시 한번 출렁거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 봤다.

<표 참조>

최근 증권사들이 내놓은 은행업종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교보증권은 1일 은행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조정했다. 은행주를 둘러싼 우려가 최근 다소 해소되고 있는 데다 내년 1분기에 은행들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또 최근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올리고 수신금리를 내리면서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이 커지고 앞으로 연체율이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증권사 성병수 연구원은 "현재 은행주에 가계대출·카드 부문에 대한 우려감이 과도하게 반영돼 있다"며 "지금 은행주를 사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원경제연구소도 이번주 중 은행업종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동원경제연구소 배현기 연구원은 "가계가 최근 소비를 줄이는 등 위험관리를 하기 때문에 연체하거나 대출금을 아예 갚지 못할 가능성이 작아지고 있다"며 "은행주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국민은행 주가는 바닥을 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은행주를 적극적으로 사기에는 투자위험이 크다고 주장하는 애널리스트들도 많다. 이들은 두 가지 근거를 제시한다.

첫째, 은행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불량고객에 대한 현금서비스 한도를 축소하고 카드론을 없애고 있어 금융시장 불안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1월부터 금융기관들이 모든 대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리는 다중채무자들이 신용불량자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둘째, 은행의 실적회복 시기가 내년 3분기로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대증권 조병문 연구원은 "연체율 증가 추세가 내년 1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은행주를 적극적으로 사기에는 금융시장·거시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angel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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