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앨범 '뢴트겐' 들고 내한 하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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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Hyde)가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은 지난 11월 28일. 2백여명의 한국 팬들은 그를 한번이라도 직접 보고 싶어 인천공항청사를 서성였다. 신변 보호를 위해 하이드는 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출구를 통해 나올 수 없었다. 그날 인터넷 팬클럽 사이트에는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눈물이 나왔다'는 등의 열렬한 환영의 글이 올랐다.

하이드는 일본의 4인조 록그룹 '라르캉시엘'(L'Arc-en-ciel)의 보컬리스트. 1994년에 데뷔한 라르캉시엘은 일본에서만 아니라 홍콩·대만 등 아시아 팬들까지 사로잡은 인기 정상의 밴드다. 그러나 지금 라르캉시엘은 '휴지기(休止期)'상태. 데쓰·유키히로 등 멤버들이 지난해 솔로 앨범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 하이드가 영어로 된 솔로앨범 '뢴트겐'(Roentgen)을 선보였다. 하이드는 '뢴트겐'을 한국인들에게 알리고, 29일 열린 'M.net 뮤직비디오 페스티벌'에서 스페셜 공연을 갖기 위해 내한했다.

-팬들이 많이 모였다고 들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그렇단 얘기를 들었다. 팬들의 환영이 이렇게 뜨거울줄 몰랐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돼 부득이 팬들을 피해나갈 수밖에 없었다. 팬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한국 방문은 몇번째인가. 소감은.

"처음이다. 소감을 말하기에는 여기서 보낸 시간이 아직 짧다. 갈비도 맛있었고, 처음 먹어본 게장도 정말 좋았다."

-일본음악이 개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이렇게 인기가 있나.

"알 수 없다. 나는 그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뿐이다. 그걸 좋게 평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감사할 일이다."

-이번 솔로 앨범 '뢴트겐'은 록밴드 멤버가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던데.

"과격한 기타 사운드는 없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하드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적으로는 노이즈(잡음)를 적극 활용했고, 시적인 세계관도 반영하려 했다. 조용하게 들리겠지만 라르캉시엘 음악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음반을 소개한다면.

"음악을 혼자서 꼭 해보고 싶었고, 구상한 지도 오래 됐다. 무엇보다 '음반의 완성도'를 최우선으로 했다. '화이트 송'(White Song)은 완성하는 데 5개월이나 걸렸다. 이 곡을 완성했을 때 느낀 희열은 다 표현할 수 없다."

-활동계획은.

"지금도 곡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 계속 앨범을 발표한다는 것외에는 없다. 내년께? 글쎄다. 음반을 빨리 내고 싶은 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좋은 곡을 만드는 것이니까 더 걸릴지도 모른다."

가녀린 몸매의 하이드. 귀를 기울여야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목소리는 조용했다. 질문에 답할 때마다 단어를 고르느라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소음이 나는 곳에 가는 것을 유난히 싫어한다"는 말에서 그의 세심한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라르캉시엘에 대해서는 "해산한 게 아니므로 다시 모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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