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문서와 글자체 다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신건(辛建)국가정보원장은 29일 국정원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어 도청 의혹 전체를 강력히 부인했다.

"모든 직원들에게 확인했으며 절대로 그런 문건을 만들지 않았다"고 했다.

辛원장은 직접 해명하고 나선 배경에 대해 "국민이 온통 도청 공포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이 폭로한 국정원 도청 의혹 문건의 파괴력을 짐작하게 했다.

한나라당 폭로 문건이 국정원에서 작성한 것이 아니라는 근거로 辛원장은 먼저 활자체를 지목했다. 국정원의 모든 문서는 '아래아 한글 바탕체'인데 한나라당 폭로 문건은 '신명조체'와 '돋움체'라는 것이다.

둘째, 사용된 용어들이 국정원에서 쓰이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폭로 문건에 있는 '민주당 이원종 지사 대항 카드로 홍재형 영입'이라는 대목을 들어 辛원장은 "洪씨가 당시 이미 민주당 의원이었는데 어떻게 영입하느냐"면서 "이렇게 어수룩한 문서는 절대로 국정원장에게 보고될 수 없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법원에서 정식으로 영장을 받아 감청한 세 건의 자료를 공개했다.

하지만 辛원장도 한나라당이 폭로한 문건이 도청에 의해 작성됐을 가능성까지 부인하지는 않았다. 다만 도청 주체가 사설 정보팀이거나, 여러가지 정보를 조합해 그런 문건을 만들어냈을 수 있다는 것이다.

辛원장은 "국회 정보위가 요구하면 언제든지 무한대로 현장 검증을 할 의사가 있다"면서 "한나라당의 폭로 내용에 대해서는 법적인 것을 포함, 대응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종혁 기자

kimch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