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먹어도 안찐다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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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사람들은 현대를 살아가면서 많은 딜레마를 안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먹는 것에 대한 욕구다. 조리법과 기술의 발달, 그리고 시장의 국제화로 우리는 정말 감당해내기 힘들 정도의 다양하고 많은 먹거리를 접하며 산다.

당장 쉽고 편하게, 그리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에 손이 가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제는 건강과 미용을 생각하게 되었다. 과도한 지방·콜레스테롤·염분 등은 이제 피해야 할 성분이 되고, 자연식·섬유질·야채 등은 가능하면 가까워 해야 할 단어가 되었다. 미국에서도 채식 식당이 점심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한국야쿠르트의 발효유 '실프'(공기의 요정을 의미함) 광고를 보면 누구나 겪고 있을 법한 딜레마 상황이 잘 표현돼 있다. 한 젊은 여성이 냉장고를 등지고 앉자 쳐다보며 갈등에 빠진 모습으로 식욕을 억제하고 있다. 그러다 실프를 마음껏 떠먹는 친구를 발견한다.

이 광고의 슬로건은 "먹고 싶을 때 (참지 말고) 먹자"다. 지방 성분을 없애고, 칼로리도 줄이고, 칼슘·비타민·식이섬유 등을 첨가했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CJ(옛 제일제당)에서 내놓은 다이어트 식용유 '로프리'의 광고에서는 이러한 갈등에서 완전히 해방된 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날씬한 여자 아나운서 모델이 하늘거리는 초록색 실크 원피스를 입고 거울과 저울 앞을 사뿐사뿐 무용을 하듯 뛰어다니며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 식용유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튀기고 요리하는 모습이 절제된 산뜻한 광고다. 슬로건도 '날씬한 식용유 로프리'로 깔끔히 마무리되었다. 이 식용유는 체지방 축적 억제 성분인 디글리세라이드를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은 대개 그 연구개발 비용 부담 때문에 가격이 높은 것이 흠이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는 건강·미용·다이어트 시장을 겨냥해 여러 기능성 식음료 제품들이 줄을 이어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제품의 성공 여부는 앞에서 이야기한 소비자 딜레마를 얼마나 해결해 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소비자들은 맛있고,편하게 먹을 수 있으며,건강과 미용에 좋고, 더 나아가 가격도 저렴한 먹거리를 원한다. 음식 선택에 대해 소비자들이 겪는 딜레마는 식음료 회사들도 해결해 나아가야 할 당면 과제다.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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