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머리 내민 묘수 연타… 용궁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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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바둑의 묘수도 알고보면 쉽다. 다만 오랜 세월의 고정관념이 문제의 해결을 막고 있을 뿐이다. 오늘부터 한주의 대국 중에서 우리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가장 멋있고 선명한 한수를 찾아 '금주의 한수'란 이름으로 보여드리고자 한다.

# 장면1제한시간 20분의 속기시합인 KT배 마스터스 프로기전 16강전. 김영환6단과 한종진4단의 대결이다.

25일 한국기원에서 두어졌다. 김6단이 흑.

국면은 백이 중앙을 크게 구축하여 승세를 굳히려는 장면이다. 우하귀에 패가 걸려 있지만 중앙이 그대로 집이 되면 귀가 잡히더라도 백이 이기는 바둑. 그러나 중앙은 흑이 뚫고나갈 길이 묘연하다. A는 B로 막히고 C는 D로 그만이다. 과연 출구는 없을까

# 장면2.

김영환6단은 속기의 명수답게 절묘한 해결책을 찾아냈는데 바로 흑1을 선수한 다음 3으로 나가는 수다. 아! 하고 무릎이 탁 쳐지는 이 간단한 한수로 백은 중앙을 막을 수 없었고 순간 바둑은 흑 우세로 변했다. '밖에서 뚫고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이 난제를 풀길이 없었다.

김6단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 간단한 공작을 함으로써(흑1) 문제를 해결했다. 백은 부득이 귀를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기운 형세를 되돌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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