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첫 민간은행 생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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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충칭(重慶)시의 민간 기업인들이 중국에서 처음으로 민간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지방에서 민간인들이 은행에 출자하는 사례는 있었으나 1백%의 민간출자로 은행을 만들어 민간기업만을 상대로 돈 장사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 설립을 주도하는 곳은 충칭과 쓰촨(四川)성의 민간기업인 조직인 공상(工商)연맹(ICA). 이들은 일단 10억위안(元·약 1천4백60억원)의 자본금을 모아 중소기업 위주로 영업을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1인당 지분한도를 10% 이내로 묶고 정부 출자는 받지 않기로 했다.

이들이 은행 설립에 나선 이유는 국유은행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푸대접 때문이다. 중국은행과 중국 공상·농업·건설은행 등 대형 국유은행들이 부실채권을 겁내 사업경력이 짧은 민간 기업인과 지방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꺼린다는 것이다.

공상연맹 측은 성·시(省·市)정부와 '민간은행 설립안'과 관련한 협의를 마친 뒤 국무원과 중국인민은행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의 입장은 국유은행들에 대한 민간자본의 출자를 장려하는 방향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입과 자본시장 개방일정에 따라 민간분야의 금융업 진출을 대세로 보는 분위기다.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지난 9월 도시지역의 중·소형 은행들에 대해 민간 지분을 50% 이상으로 올리고, 정부 지분을 30% 안팎으로 낮춘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중국민생(民生)은행에 40억위안 규모의 전환사채 공모를 허용했다.

경제발전이 빠른 저장(浙江)성에선 일부 소형 은행들이 민간 경영체제를 도입해 부실채권 비율을 3%대로 관리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금융당국이 민간은행의 자본금 공모나 예대금리 책정, 영업 규제 등에 관한 규정을 미처 갖추지 않아 민간은행을 단시간 내에 설립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yaslee@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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