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마을 순수성 되살리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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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 전 서울에 사는 친구가 안동에 왔다. 워낙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 안동의 자랑인 하회마을을 보여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자랑거리로 생각하고 갔는데 사정은 달랐다. 하회마을에는 입구에서부터 노점과 기념품 가게가 많았다. 뿐만아니라 마을 안에도 식당·술집이 적지 않았다. 한적하고 고즈넉한 전통이 깃들인 하회마을의 모습을 생각하고 갔던 우리들은 적잖이 실망했다.

여러 가지 유물이나 민가 건물을 보러 간 우리들은 닫혀 있는 대문과 유물 전시관의 어지럽혀진 신발장 때문에 다시 마음이 상했다. 유물전시관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다. 그런데 신발을 넣어둘 수 있는 장이 없어 다른 사람의 신발을 밟으며 들어가야 했다. 간간이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인상을 찌푸리는 것을 보았다.

영국 여왕이 온다고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지해가며 보수공사 등을 하고 꾸몄던 게 기억난다. 그런데 요즘은 왜 이러는 것일까. 하회마을의 좁은 길에서 승용차들이 마구 지나다닌다. 관광객들은 옆으로 피할 자리를 찾느라 정신이 없다. 차 없는 하회마을도 한번 고려해봤으면 한다. 이 마을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으면 한다.

임재현·경북 안동시 송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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