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내부 제보… 휴대전화도 포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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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이 도청 내용을 요약한 보고서라며 28일 공개한 문건이 정가에 큰 파문을 던지고 있다.

무엇보다 최대 쟁점은 사실 여부다. 한나라당은 이번 자료가 '진품'임을 확신하고 있다. 김영일 사무총장은 "문건을 건네준 인물이 국정원의 내부 제보자"라고 강조했다. 그 이상의 입수시기 및 제보자의 구체적 인적사항은 함구하고 있으나 정형근(鄭亨根)의원이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공개한 내용은 우리가 입수한 자료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논란이 확대될 전망이다. 공개된 자료에는 정치인은 물론 언론사 사장과 언론단체장, 일선 기자들의 통화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이는 "도청이 무차별적으로 자행됐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 측 주장이다.

金총장은 "노풍(盧風)이 불었던 시점과 한나라당 내부가 어수선한 3월에 집중 도청을 한 만큼 이들 자료가 정치공작에 이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른 한나라당 관계자는 "'노무현 띄우기'와 '한나라당 교란작전'에 이 도청 자료가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또 "이번 자료를 통해 언론 압박을 통한 정치공작의 실체가 밝혀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金총장은 "일부 신문에 대해 광고주협회까지 동원, 협박을 한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번 도청 파문을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연계하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도청을 통한 정치공작으로 盧후보가 탄생했다는 논리다. 金총장은 "이번 자료를 통해 盧후보는 현 정권이 총 동원돼 만들어낸 사이비 국민후보임이 밝혀진 만큼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또 한나라당 측은 이번 도청 자료가 주로 휴대전화 통화내용이라고 밝혀 논란이 됐던 휴대전화도 도청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부영(李富榮)의원도 "대화내용이 정확한 것 같다"며 "두번 다 휴대전화로 통화한 듯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영일(金榮馹)총장과의 일문일답.

-자료입수 경위는.

"국정원 내부 자료를 건네받았다. 입수경로는 제보자 보호를 위해 밝힐 수 없다."

-도청 녹취록 전문인가.

"긴 통화내용을 전부 보고하지는 못하므로 핵심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면담자료가 아닌 도청내용이 확실한가.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공개한 자료 그대로 보고된 것이다."

-확인절차를 거쳤는가.

"최대한 당사자들에게도 확인했으며 우리당 인사들은 모두 맞다고 확인해 줬다."

-자료가 3월달에 집중돼 있는데 미공개 자료도 있는가.

"다른 시기의 자료도 많으며 추가공개를 검토 중이다. 최근 것도 있다."

한나라당은 도청 파문을 계속 쟁점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승부에 영향을 미칠 호재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측은 공개 시기를 내부적으로 저울질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남정호 기자

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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