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주(36)와 김영진(41)씨는 1990년대에 국내외 여러 비엔날레에서 초대받으며 세계 화단에서 한국 미술의 위상을 높인 대표적 작가들이다. 비엔날레가 국제 미술계로 통하는 창구이자 무대가 되면서 이들 작품을 찬찬히 뜯어볼 수 있는 국내 개인전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이 두 작가가 동시에 대규모 초대전을 열어 '비엔날레 작가'가 구사하는 작품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풀 기회를 주고 있다.
오는 30일부터 12월 30일까지 서울 화동 pkm갤러리에서 초대 작품전을 여는 마이클 주는 미국 뉴욕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 2세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한 뒤 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한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이 경력이 마이클 주의 작품에 배어들어 있다. 그는 재미 한국인 2세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를 찾아나서고 있으며, 그 방법으로 생물학적 에너지 소모와 기의 질서를 탐구한다.
북극의 추위를 견디기 위한 모피를 걸친 남자 형상의 조각 '뻣뻣한 남자, 쪼개지다'는 해부학 시간에 쓰이는 시신처럼 피부 아래의 모든 것을 그대로 드러내며, 그 일부는 전시공간 바닥으로 떨어져 사라진다. 에스키모의 몰락, 생명체의 덧없는 퇴장이다.
드로잉과 애니메이션은 북극 지방의 에너지 흐름과 열 손실이 인간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탐구한 과학도의 보고서라 할 수 있다. 사람이 육체와 정신을 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에너지의 발생과 소모를 예술작품으로 조형화하는 셈이다. 몸에 집중했던 현대미술의 한 대목을 읽게 만든다. 02-734-9467.
영상·설치작가로 이름난 김영진씨는 30일부터 내년 1월 19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지난 10년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첫 미술관 개인전을 연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액체-12개의 실루엣'은 고정된 화면 위를 노닐며 흘러다니는 물방울의 장력·유동성·점성 등을 잡아낸 액체의 춤이다. '그네'는 사방에 스크린을 설치하고 한 남자가 그네를 타며 자문자답하는 여러 모습을 응시하는 과정 속에서 관람객이 한 인간의 내면에 관계하게 되는 효과를 보인다.
'글로브-아니마의 출구'는 두 개의 스크린에 각기 자연을 배경으로 비치는 남성과 여성의 이동 이미지로 남성 속의 여성성, 여성 속의 남성성을 다루고 있다. 섬세하고 정교하면서 창의적인 영상 활용으로 보는 이의 눈을 잡아끄는 작품들이다. 02-733-8945.
정재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