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상임위 밥그릇 싸움 … 서울시 조직개편안 표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재선된 오세훈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던 ‘3무 학교’ ‘도시 안전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들 정책을 추진할 부서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1실·5본부·8국을 1실·8본부·5국으로 바꾸는 내용의 조직 개편안이 13일 서울시의회에서 부결됐기 때문이다. 102명 의원 가운데 39명이 찬성 60명이 반대했다. 3명은 기권했다.

민주당이 3분의 2를 차지한 서울시의회가 개편안에 반대한 것은 신설 부서나 통·폐합 부서를 어느 상임위가 맡느냐를 놓고 이해가 엇갈린 때문이다. 특히 관광업무를 담당하는 마케팅과를 놓고 문화관광위와 재경위의 입장이 맞섰다. 마케팅과는 홍보기획관실 소속으로 문화관광위가 맡아왔지만 서울시는 조직을 개편해 경제진흥본부 산하에 두기로 했다. 경제진흥본부는 재경위에 소속된다. 표결 전 의장단 간담회에서 김현기(한나라·강남4) 문광위원장은 “문화관광위에 ‘관광’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문화와 관광을 모두 문광위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동승(민주·중랑3) 재경위원장은 “마케팅은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즈니스인 만큼 경쟁력 강화 업무를 맡고 있는 재경위에 소속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건설위원회와 교통위원회는 시설관리공단을 놓고 충돌했다. 교통위는 “조직이 개편되면 도시철도국 등 주요 소관 기관이 도시안전본부로 합쳐져 건설위원회로 넘어가고, 교통위는 빈 껍데기 위원회로 남게 된다”며 시설관리공단을 교통위로 넘길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건설위는 시설관리공단의 주관 부서가 건설행정과이므로 건설위가 맡아야 한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조직 개편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시정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시는 조직 개편안이 통과되면 교육협력국장·도시안전본부장 등 실·국장 14명을 발령할 예정이었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사교육, 학교 폭력, 준비물이 없는 3무 학교와 도시 안전에 관련된 업무는 시민 삶에 직결되는 일인데 시작도 하기 전에 표류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조직 개편안의 이름과 내용 일부를 수정해 24일 시작되는 임시회에 다시 올릴 예정이다. 김명수(민주·구로4) 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시정에 대해 의원들의 이해가 부족하고 집행부와 의원 간 의사 소통이 부족해 부결됐다”며 “조직 개편의 필요성을 민주당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어 다음 번에는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