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밀어내기 분양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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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연말 분양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내년 부동산경기가 불투명하자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장(場)이 좋을때 서둘러 분양을 마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연말에는 전국에서 어느때보다 치열한 분양대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알짜아파트를 골라 분양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12월에는 전국적으로 아파트·주상복합·오피스텔등 6만∼7만가구(실)가 공급돼 새주인을 찾는다. 10∼11월에 비해 20%이상 늘어난 물량이다. 서울 11차동시분양에선 올들어 최대 물량인 2천7백여가구가 공급되고 인천 송도신도시, 고양 가좌지구, 안잔 고잔지구등 수도권 인기지역 아파트들도 분양몰이에 나선다.

대우건설은 12월 서울·안산·고양·화성·부산·울산등 8개사업장에서 모두 9천51가구(실)를 내놓는다. 지난해 같은 기간(1천1백88가구)보다 7. 6배 늘어난 것이다. 대우건설 서종욱 상무는 "연말엔 올해 전체분양물량(2만7천가구)의 30%가 몰려 분양풍년을 맞게 됐다"며 "내년은 올해보다 7천가구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쌍용건설도 의정부·남양주·부산등 3개사업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가량 늘어난 1천9백1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풍림산업은 지난해 12월엔 분양물량이 없었으나 올해는 송도신도시등에서 4천2백43가구를 내놓는다. SK건설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 늘어난 1천8백74가구를 분양한다.

업체들이 이처럼 앞다투어 분양에 나서고 있는 것은 내년 부동산시장을 비롯한 경제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아파트값은 평균 0.5%, 토지는 2∼3%상승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올들어 9월까지 아파트값이 21.6% 오른 점을 미뤄 내년 체감경기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정한영 경제동향팀장은 "내년은 미국경제를 비롯한 세계경제의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속 경기불황)가능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주택수요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될 경우 분양시장 경쟁률도 올해보다 낮아져 비인기지역은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다.

신정부가 들어서면 각종 개혁정책으로 투자열기가 식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업체들이 분양을 앞당기는 이유로 지적된다. 아파트 입주량도 서울지역의 경우 6만7천9백31가구로 올해보다 37.1%나 늘어나 공급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요인도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동문건설 김시환 주택사업담당 이사는 "내년엔 비교적 수요층이 탄탄한 아파트의 경우 분양에 큰 문제는 없겠지만 오피스텔등은 불투명하다"며"올해안에 가급적 분양을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기자

w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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