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후보 "단일화 수긍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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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은 25일 이회창(李會昌)후보에 맞설 단일화 후보로 노무현(盧武鉉)후보가 결정된 데 대해 "부패한 현 정권을 연장하기 위한 정치적 야합으로 탄생한 DJ정권의 계승자"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여론조사라는 세계 정치사상 초유의 해프닝을 통해 뽑힌 盧후보가 과연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후보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DJ후계자 선발전에서 우승한 盧후보에게 결코 박수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盧후보가 단일후보로 뽑힌 이상 선거구도를 보혁(保革)대결로 몰고가는 게 가장 효과적이란 판단을 내리고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盧후보의 급진적 면모를 부각시켜 광범위한 보수층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수정객인 JP도 선뜻 盧후보 지지로 돌아서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李후보의 충청권 공략도 용이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단일화 효과로 향후 며칠간은 盧후보가 '반짝 장세'를 보이겠지만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풀이 꺾일 것이란 주장이다.

李후보도 후보 단일화 소식을 보고받고 "특정인이 대통령 되는 것을 막기 위한 후보 단일화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으며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이에 앞서 李후보는 24일 오전 광주방송 토론회에서도 단일화가 명분이 없다는 점을 누누이 지적했다. 그는 "정치적 행동이란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두 후보의 연대 시도는 명분이 약하고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특히 그는 "특정인이 대통령 되는 것을 막는 것이 이슈가 되는 선거가 대체 어디 있느냐"면서 盧-鄭 단일화를 제2의 DJP연합에 빗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연결시키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전날 충남 금산의 중부대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요즘 盧·鄭 두 후보는 97년 김대중·김종필 후보만큼이나 서로 다르다"며 "당시 나는 '서로 생각이 다른 분이 만나면 과연 어떻게 되겠나, 서로 상대방을 헐뜯기 시작하면 나라가 엉망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었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선 정몽준(鄭夢準)후보 측의 반발도 기대했다. 李후보의 한 측근은 "정몽준 후보 측에서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역(逆)선택 문제 등을 제기하며 여론조사를 또 한차례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설령 鄭후보가 결과에 승복하더라도 양측 캠프 구성원들의 성향이 틀려 공동선대본부 구성에도 난항을 겪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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