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제대로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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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익치(李益治)전 현대증권 회장이 1998년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의 배후로 정몽준 의원을 거듭 지목하고 나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李씨는 어제 변호인과 함께 검찰에 나와 당시 검찰수사를 앞두고 변호사들과 수차례 대책회의를 열고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 등의 소환에 대비한 답변자료를 작성했다며 그 답변 시나리오와 현대중공업 주가관리에 대한 해명내용 등이 포함된 회의록 일부를 공개했다.

李씨가 지난달 '도쿄 발언'에 이어 鄭의원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것은 예사롭지가 않다. 특히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자진 귀국해 조사를 받고, 후보단일화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판국에 다시 '폭로성'회견을 자청한 배경도 긴박감을 더한다.

이에 대해 정몽준 의원 측은 李씨의 주장이 일고의 가치도 없으며 한나라당의 모략·음모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鄭의원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일부 정황 및 증거물이 제시됐고, 이는 대선정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극히 민감한 사안이란 점에서 당사자들은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우선 李전회장은 모든 진실을 낱낱이 밝히겠다며 자수한 만큼 보다 구체적인 물증을 지체없이 내놓아야 하며, 자신을 둘러싼 개인적 의혹과 한나라당과의 배후 의혹설도 설득력있게 해명해야 한다.

정몽준 의원 또한 대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현실성없는 국정조사 및 특검제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진실부터 밝혀야 한다. 또 李씨의 폭로가 '鄭후보를 음해하려는 공작정치의 소산'이라면 그 근거와 배후도 소상히 밝혀야 한다. 대선 후보가 연루된 사건이어서 검찰 또한 입장이 곤혹스러울 줄 안다. 그러나 주가조작 개입에 관한 정황증거들이 제시된 이상 소환조사를 계속 미룰 수는 없다. 제시된 자료들에 대한 사실확인 작업과 함께 필요할 경우 98년 주가조작 사건을 전면 재조사한다는 의지를 갖고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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