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원주민 부족의 대이동 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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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저자인 폴라 언더우드(1932∼2000)는 북미 아메리카 원주민인 이로쿼이 족의 딸이었다. 일만 년 전 한반도 언저리 북아시아에서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오래 머문" 폴라의 선조들은 그들을 덮친 지진을 피해 새 땅을 찾아 먼 길을 떠난다. 『몽골리안 일만년의 지혜』는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그 종족 대이동 역사를 문자로 기록한 노래다.

"어렸을 적에 아버지는 내게 엄청난 거리를 걷는 동안 온갖 역경을 물리치고 끝끝내 살아 남은 한 부족에 대한 끝없는 노래를 불러주었다"라고 폴라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이 '걷는 사람들'인 까닭이다.

새 보금자리를 향해 걸으며 부족이 겪은 힘겨운 나날은 몽골로이드계 인류가 남긴 소중한 구전(口傳)문학이자 지혜의 샘이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도 여럿이 모이면 가능하다"는 깨우침을 얻기까지 이로쿼이 동족들은 이런 여행의 노래를 불렀다. "눈을 뜨고 있는 모든 순간에 배우자.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배우자. 모든 만물에 눈을 돌리고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그러면서 형제가 걷는 모습을 지켜보자. 우리의 뒤를 잇는 자들에게 이 선물을 안겨주자."

폴라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전해준 이 지혜의 선물을 아이들에게 들려줘야 한다는 소명감을 느낀다. "희비가 엇갈리는 그들의 (인생)길이 지혜라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평화로워질 수 있도록" 기원해서다. '나누어 갖는 부족' '일생의 친구' 같은 이름으로 불리던 이 조상들은 험난한 여정을 마치며 '평화의 길을 지키는 자들'로 하나가 된다. 폴라는 이렇게 말한다.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귀에게 전하는 선물로 이 책을 내놓습니다."

정재숙 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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