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야당 인사 몇 명 막판에 직접 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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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가 8·15 특별사면을 하면서 내건 명분은 ‘정치 안정과 대화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3일 “정치권의 요구를 수용해 여권 내 친박근혜계 인사들이나 야권의 인사들을 대거 사면하는 ‘통 큰 결단’을 이명박 대통령이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결단은 야권까지 파트너로 인정해 정치를 안정시키고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여 온 정치권을 화합시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야당 인사 몇 명을 막판에 사면 명단에 직접 추가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정치적 함의’가 짙은 사면 명단에 서명하기까지는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진석 정무수석의 역할이 컸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3선 의원 출신으로 친박계는 물론 야당과도 관계가 원만한 두 참모가 “대화합의 용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이 대통령에게 지속적으로 건의했다는 것이다. 이런 건의를 받아들여 이 대통령은 2년 전에 천명했던 ‘임기 내 발생한 정치 비리 연루자 사면 금지’ 원칙을 깨고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의 형을 감면했다.

경제인 사면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난 데 대해서도 청와대 핵심 참모는 “일자리 창출과 경기 회복을 위해 재계가 애써 달라는 메시지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친서민·친중소기업 드라이브’ 때문에 대통령과 대기업이 대립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된 게 사실”이라며 “이번 사면으로 이런 흐름을 끊고자 하는 대통령의 뜻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여당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친박계인 한나라당 서병수 최고위원은 서 전 대표의 감형에 대해 “이번 결정이 당내 친이(이명박)와 친박(계) 간 화합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 전 대표의 즉각 석방을 요구해 온 미래희망연대 노철래 원내대표도 “우리가 요구한 사면의 본질과 다른 미흡한 조치라 당혹스럽다”면서도 “이 대통령의 고뇌에 찬 특별감형 조치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이번 사면을 일제히 비판했다. 민주당 전현희 대변인은 “재벌 총수와 기업인들이 우선적으로 사면된 전형적인 ‘유전무죄’ 사면”이라며 “친서민을 외치면서 재벌 특권과 대기업만을 위한 ‘기업 프렌들리 사면’”이라고 논평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노건평씨 사면이야말로 명백한 정치적 사면”이라며 “사법부를 무력화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면권 남용은 자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이런 사면이 ‘친서민’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남궁욱·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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