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문화가 기업 생산성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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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다양한 국적과 문화 배경을 가진 임직원들을 채용했다. 그 결과 아이디어도 다양하게 나오고 기업내 커뮤니케이션도 활성화됐다. 르노삼성자동차가 갖고 있는 프랑스·한국·일본 등 이(異)문화적 요소의 결합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다니엘 라카벤 르노삼성 상무)

"쿠웨이트건설 현장에서 이슬람교도인 노동자들을 위해 기도를 할 수 있는 이슬람사원을 지어줬다. 그랬더니 노동자들이 훨씬 잘 따라주고 생산성도 높아졌다."(이영복 SK건설엔지니어링 부장)

국내기업들과 주한 외국기업들이 서로 다른 언어·관습 등 문화 충돌 현상으로 겪는 문제들을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이문화 관리' 국제학술대회가 지난 8일 한국외국어대에서 열렸다.

미셸 캉페아뉘 알리안츠생명 사장은 "한국인들의 진취성과 근면성은 높이 살 만하다"면서도 "한국 경제가 좀 더 국제 경쟁력을 가지려면 한국인들이 세계의 다른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학계에서 처음으로 이문화 관리 강좌를 개설한 위르겐 헨체 (베를린 훔볼트대) 교수는 성공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기를 바라는 기업들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한 이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해보라고 권고했다.

그는 "기업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특정 지역 문화 전문가가 예상외로 많지 않다"면서 "전문가 등을 활용하는 것보다 인터넷 등 공용매체를 이용해 체계적으로 이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경제적이며 더욱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형인(한국외대) 교수는 "한국은 이른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전통과 유교·불교적 영향을 받아 언어적 표현보다는 '심성적'인 의사소통이 발달한 반면 미국적 커뮤니케이션은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배경엔 미국의 개인주의와 법치주의·다문화주의 등이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재클린 바실레브스키(일본기독교대학)교수는 "문화의 접촉과 변형 과정은 유지→대체→축소→첨가→합성→창조라는 여섯 단계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pjyg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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