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받은 10명중 6명 빚이 年소득 2.5배 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쓴 사람 가운데 빚의 규모가 한 해 벌어들이는 소득의 2.5배(부채비율)를 넘는 사람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당국은 이런 채무자를 과다 채무자로 분류해 금융회사들에 부실화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일부 금융회사들은 이들에게 더 많은 이자를 물리고, 경우에 따라선 몇 년 간에 걸쳐 빚을 회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신용대란까지 우려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20일 "주요 시중은행의 개인별 대출현황을 파악해본 결과 기존 대출고객 가운데 부채비율 2백50% 이상인 고객의 비중이 은행에 따라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80%, 평균 6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소득을 줄여 신고하는 경향이 있는 자영업자나 소득이 아예 없는 주부는 대부분 부채비율 2백50% 이상에 해당된다 해도 과다채무자가 이처럼 많으리라고는 금융당국조차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국민·기업은행은 앞으로 부채비율 2백50%가 넘는 고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은 위험가중치가 커진 만큼 금리를 각기 0.25%포인트와 1%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이들에게 주택담보대출을 해줄 때 담보인정비율을 지금보다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자를 잘 내고 빚을 잘 갚던 사람을 단지 빚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금리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하며, 빚을 무리하게 회수할 경우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부채비율 2백50% 어떻게 산정하나=부채비율은 대출자의 총 대출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것이다. 연소득 3천만원인 사람이 각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의 합계가 7천5백만원이 넘으면 부채비율이 2백50%를 초과한다.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에 관한 정보는 건별로 5백만원 이상인 경우 은행연합회에 집중돼 금융회사들이 공유하므로 숨길 수 없다. 내년부터는 5백만원 미만의 대출 정보도 공개된다. 그러나 사채시장이나 개인에게 빌린 돈은 포함되지 않는다.

허귀식 기자

kslin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