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에 시장 뺏길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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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유럽 패권시대가 끝나고 아시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8일 "소프트웨어는 미국, 전자제품은 일본, 휴대전화는 유럽이라는 세계시장의 공식이 깨지고 아시아가 이동통신 시장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일본이 몰려온다=한국과 일본은 컬러 스크린 휴대전화 보급률이 가장 높다. 데이터서비스 사용률도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다.

유럽은 최근에야 이미지 메시지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한국·일본은 이미 무선 인터넷은 물론 비디오 메시지 서비스까지 일반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50%가 컬러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동통신 가입자의 40%가량이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서유럽보다 몇배 높은 수치다. 일본 역시 데이터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영국 이동통신 회사인 보다폰 일본 법인의 경우 매출액의 20% 이상을 데이터 서비스 분야에서 올린다. 보다폰 유럽 법인의 두배가 넘는 수치다.

휴대전화 배터리나 칩 등을 공급하는 주변 업체들의 기술력도 아시아가 앞선다.

노무라 증권의 애널리스트 리처드 윈저는 "건전지 수명은 물론 3세대 서비스의 핵심 기술인 컬러의 질도 아시아 회사들의 기술 수준이 월등히 높다"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보다폰은 최근 새로운 데이터 서비스인 '보다폰 라이브' 개시를 앞두고 노키아와 두개의 아시아 회사를 단말기 공급 업체로 선정했다.

그 전까지 보다폰은 노키아·모토로라·에릭슨 등 유럽 업체에서만 기기를 구입했다.

◇아시아가 3G 표준화에서 앞서=아시아 업체들은 휴대전화 제조 회사는 물론 데이터를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이동통신회사까지 대부분 단일 표준을 사용해 호환성이 높고 기술적인 문제도 적다.

반면 유럽 이동통신업체들은 2세대와 3세대가 혼재돼 있고, 기술 표준도 명확하지 않다.

유럽의 단말기 회사들이 3세대용을 만들어도 2세대 서비스만 되는 지역에선 사용이 불가능하다.

세계 1위 휴대전화 회사인 노키아가 3세대 휴대전화 본격 출시를 늦추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3세대 서비스가 늦어지면서 유럽의 이동통신업체들도 손해를 보게 된다. 3세대 컬러 화면 서비스는 요금이 한달에 약 7.5달러로 일반 서비스 요금의 7배가 넘는다.

이런 황금시장엔 늦게 진입할수록 손해를 보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이유들로 휴대전화 세계 1위 노키아의 몰락을 점치기엔 아직 이르다.

노키아의 최고 경영자 요르마 올릴라는 "올해 전세계 휴대전화 판매 4억대 중 노키아가 1억6천만대를 차지할 것"이라며 "우리는 축적된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의 도전에) 긴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정재 기자

jjy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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