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올리고 예금금리는 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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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것을 기화로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예금 금리는 오히려 낮추고 있다. 이에 따라 가계는 이자 수입이 줄고 이자 지출은 늘어나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은 20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부채비율(연간소득 대비 부채의 비율) 2백50% 이상인 고객에 한해 0.25%포인트 올려받기로 했다. 여기에 담보설정비를 부활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의 부담은 사실상 0.2∼0.3%포인트 가량 커지게 됐다.

국민은행은 이와 함께 1년이상 정기예금 금리를 0.1∼0.2% 내리겠다고 밝혔다. 주택청약예금 금리의 경우 연 4.85%에서 4.65%로 0.2%포인트 인하했다.

국민은행이 예금 금리를 내린 것은 지난 해 11월 이후 1년 만의 일로, 다른 은행들의 예금 금리인하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제일은행은 이달 초 3개월·6개월짜리 단기예금 금리를 각각 0.1%포인트 낮췄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억제에 따라 돈을 굴릴 데가 없으므로 예금 금리를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또 시중에서 유통되는 1년짜리 일반 금융채의 금리가 연 5.37%에서 5.17%로 낮아진 상황에서 높은 금리로 예금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를 핑계로 은행들이 이익을 더 많이 내기 위해 대출 금리는 올리면서 예금 금리를 내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허귀식 기자

ksl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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