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당 1골'약속 유상철 지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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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지킨 유상철(31·울산 현대·사진) 덕분에 올시즌 프로축구 K-리그는 끝까지 따뜻했다.

4년 만의 K-리그 복귀전을 이틀 앞둔 지난달 17일 울산 축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유상철을 만났을 당시, 월드컵 때 활약과 유럽진출 좌절 등의 얘기를 나눈 뒤 마지막으로 물었다.

"여덟경기밖에 남지 않았어도 목표는 있어야 할텐데…. "

유상철은 잠시 생각하더니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는 것과 경기마다 한 골씩 넣는 것을 목표로 하지요"라며 "그러면 우승할지도 모르겠네요"라고 했다.

이틀 뒤 유상철은 복귀전인 성남 일화와의 홈경기에서 3-1 승리를 이끄는 역전 결승골로 승리 및 골사냥을 시작했다.

사흘 뒤 안양 LG와의 경기에서 또다시 한 골을 뽑았다. '우연이겠지'라는 생각은 나흘 뒤 벌어진 부천 SK와의 경기에서 여지없이 깨졌다. 후반 내리 두 골을 뽑아냈다. 세 경기 연속골이었다.

유상철이 득점행진을 벌이는 동안 울산의 연승도 이어졌고, 조금씩 울산의 역전 우승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11월 들어 2일 대전 시티즌전을 득점없이 건너뛴 유상철은 6일 전남 드래곤즈전에서 득점포를 가동,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는 열흘 동안 팀은 연승가도를 달렸지만 유상철의 골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남은 경기는 하나. 일곱 경기에서 다섯골도 나쁘진 않았지만 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유상철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유상철은 부산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서 전반 24분과 후반 10분, 그리고 후반 39분에 머리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월드컵에서 클로제(독일)가 했던 헤딩 헤트트릭을 K-리그에서 재현한 것. 유상철은 왼발로 4-2 승리의 대미를 장식했다.

여덟 경기에서 아홉 골. 비록 우승의 꿈은 깨졌지만 팀의 전승과 경기당 한 골의 약속도 이뤄졌다.

17일 경기가 끝난 뒤 유상철에게 내년 계획을 물었다. 유상철은 "최고의 무대 유럽에 가 최고 선수들과 겨루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유상철은 자신의 꿈과 그의 잔류를 바라는 울산팀 사이에서 고민스러운 겨울을 보낼 듯싶다. 지난 10일 울산구단의 신흥경 사무국장이 "상철이 마음도 절반쯤은 잔류 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분위기를 띄운데 이어 17일에는 오규상 부단장까지 나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국내에서 더 뛰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울산=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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