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예멘서 빈 라덴 추적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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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영국 특수부대 공수특전단(SAS) 요원들이 예멘에서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선데이 텔레그래프가 1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빈 라덴이 지난해 말 파키스탄 서부 사막을 횡단해 배편으로 예멘으로 도주했으며 고향인 하드라 마우그에서 현지 부족들의 보호 아래 은신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영국 SAS와 미 중앙정보국(CIA)은 수주 전에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접경지역에서 진행돼 온 빈 라덴 추적 작전 본부를 예멘으로 이전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빈 라덴은 지난 12일 카타르의 위성방송 알 자지라 TV가 방영한 육성녹음 테이프를 통해 생존이 확인된 바 있다.

◇도주 경로=텔레그래프지는 빈 라덴이 예멘으로 도피했다는 증거가 지난 3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의해 처음 입수돼 미국과 영국 정보 당국에 전달됐다고 전했다. 모사드가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의 사무실을 수색하면서 알 카에다 내부에서 빈 라덴을 지칭하는 "'셰이크(Sheikh)'가 살아 남아 예멘에 있다"는 메모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신문은 마울라나 압둘라 사하디 전 탈레반 국방차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군의 공습이 시작되자 빈 라덴은 아프가니스탄 동부 잘랄라바드에서 조직원들에게 소개(疏開) 명령을 내린 뒤 남부 사막을 횡단, 파키스탄 과다르항을 통해 이 지역을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빈 라덴이 은신한 것으로 알려진 예멘 남서부 하드라 마우그 지방은 빈 라덴 아버지의 고향으로 부족세력이 강해 예멘 정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치외법권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예멘서 제2추적 작전=빈 라덴이 예멘으로 도피했다는 첩보에 따라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배치됐던 무인전투정찰기 '프레더터'를 예멘과 가까운 아프리카 지부티의 대(對)테러전 특별사령부로 이전배치해 빈 라덴의 은신지를 밀착 감시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 CIA와 영국 SAS는 지난 4일 빈 라덴의 다섯번째 부인으로 예멘 출신인 아말 알 사다를 현지 부족민들과 총격전 끝에 체포하고 지난 15일 알 카에다 서열 10위권 내의 고위 조직원도 예멘에서 체포하는 등 빈 라덴에 대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2주 전에는 프레더터가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공격으로 6명의 알 카에다 요원들을 살해하기도 했다. 텔레그래프지는 영국의 SAS 요원들은 복잡한 부족세력 등 현지 사정에 대해 밝기 때문에 빈 라덴 추적에 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전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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