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척제 작업 하반신 마비' 태국인 셋 치료받으러 17일 재입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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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화성의 기업체에서 일하다 다발성 신경장애를 얻은 태국인 스리난 등 3명이 17일 밤 박천응 목사(左)와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오종택 기자

"일하다 만신창이가 된 외국인 노동자를 자기 나라로 그냥 돌려보냈다는 것이 너무 부끄러워 급히 날아가서 다시 모셔왔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인 박천응 목사는 한국에서 일하다 직업병에 걸리자 지난달 11일 자국으로 돌아갔던 태국인 여성 노동자 세 명을 17일 한국에 다시 데려왔다. 다발성 신경장애(일명 앉은뱅이병)란 직업병을 얻어 하체마비 증상을 겪고 있는 이들을 산재의료기관에 보내 치료해주기 위해서다.

이날 휠체어에 탄 채 박 목사와 함께 인천공항에 내린 스리난(37), 러쩌난(30), 인비 사나피(30) 등 노동자 세 명은 앰뷸런스편으로 오후 10시쯤 산재의료원인 안산중앙병원에 도착, 입원했으며 앞으로 이곳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게 된다. 비용은 산재보험으로 충당될 전망이다. 이들은 경기도 화성의 LCD부품 제조업체 D사에서 유기용제인 노말헥산으로 제품 세척작업을 하다 중독됐다.

이날 공항에서 인비 사나피는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많이 많이 아파요. 한국 와서 감사해요. 빨리 검사받고 병을 치료하고 싶어요"라며 "집에서도 아버지나 오빠의 도움 없이는 화장실도 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러쩌난은 한국에서 일한 지 1년6개월 만에 하반신이 마비됐다며 "일어났다가도 금방 다시 앉게 된다"고 말했다. 스리난은 두 다리는 물론 상체도 일부 마비돼 혼자서는 밥도 못 먹는다고 했다.

박 목사는 "이들은 태국에 돌아가서도 병원 검사만 한 차례 받았을 뿐 치료를 받지 못했으며 약초를 달인 물로 고통을 달래왔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D사 대표 송모(53)씨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긴급수배했다. 또 공장장 이모(47)씨와 안전관리 담당 직원 엄모(35)씨 등 두 명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 조사 중이다.

인천공항=정기환 기자, 안산=엄태민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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