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투자의 '눈' 북한경제에 강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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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현대경제연구원(원장 김중웅)은 1986년 10월 설립됐다. 미시·거시경제, 금융 등 경제 전반의 분석 및 전망과 기업 경영전략 등을 주요 연구 프로젝트로 삼고 있다. 특히 남북 경협이 본격화하기 전인 95년부터 통일경제센터를 운영하는 등 남북 경제 문제 분야에선 강점을 갖고 있다. 연구원 홈페이지(www.hri.co.kr)의 북한 부문은 99년 경남대에서 열린 '북한 관련 정보화 추진'세미나에서 최우수 사이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연말이 다가오면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분주하다. 내년도 나라 경제는 물론 외국의 경제전망까지 내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에는 새정부가 출범하는데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 등 '외생변수'들이 많아 예측 작업이 쉽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박동철(41)거시경제실장·유병규(42)미시경제실장과 인사 조직 및 경영 전략 부문의 전문가인 정진철(41)박사를 만나 내년 국내외 경제 흐름을 내다보고,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것을 들어봤다.

-내년 경제를 어떻게 보나.

▶박동철=국내 경기 상승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 내년에는 올해 예상치(6%대)에 다소 못미치는 5% 후반대의 성장세를 보이겠지만 대내외 경제 여건은 올해보다 나빠지지 않을 것이다. 민간 소비나 건설 투자는 올해보다 다소 둔화하겠지만 설비 투자와 수출은 상대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병규=내년 경제를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미국-이라크 전쟁 등 대외 여건과 내수 경기 둔화가 문제지만, 이라크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면 오히려 세계 경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진철=내년도 미국 경제는 다소간 회복될 가능성이 크고 한국도 이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전반적으로 내년도 상반기는 낮은 성장, 하반기에 높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현안은.

▶박=내년에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바로 경상 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다.특히 우리 경제는 수입을 유발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경상수지 적자 구조가 자칫 장기화될 수도 있다.

▶유=내년도 최대 현안은 내수 경기 둔화를 보완할 수 있는 투자와 수출 경기의 회복 여부다. 투자와 관련해선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 유입의 관건인 경제 특구 정책을 성공시켜야 한다. 또 철강·조선·반도체 등 주력 수출 품목에서 생기는 통상 마찰을 줄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정=무엇보다 현재 4백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최근 진행되는 부동산 가격 하락 움직임이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의 대규모 부실 채권화로 이어지고 결국 은행 등 금융권의 부실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정부와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박=기업들의 경우 미-이라크 전쟁이나 테러, 노사 갈등 등 대내외 위험변수들을 고려해 각종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유=개혁을 바탕으로 지속적 성장 원천을 마련하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무엇보다 선진 경제시스템을 정착시키는 일이 급하며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 원리를 확립해야 한다.

-자유무역협정(FTA)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은.

▶박=적극적으로 FTA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한·중·일 3국간의 FTA 논의는 남북 통일의 관점에서든, FTA가 장차 지역 통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세계 경제가 권역별로 묶이면서 하나로 통합되는 큰 관점에서 보면 FTA에 대해 한국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다만 FTA를 추진하면서 일부 경쟁력이 약한 산업 부문에서 생길 것으로 보이는 구조조정의 문제를 사회 전체적으로 분담하는 '고통 분담'의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표재용 기자

pjyg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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