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마술사… 팬클럽도 가지가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6면

지난 10일 오후 공미애(27·여)씨 눈엔 눈물이 고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야구 양준혁 선수가 뛰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가 코리안시리즈에서 LG를 누르고 극적으로 우승했기 때문이다.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孔씨는 양준혁 팬클럽 '위풍당당(cafe.daum.net/wpdd)'의 창단회장이다. 1천4백여 회원 중 절반은 직장인이다.

孔씨는 "양준혁 선수가 최악의 시즌을 보냈지만 팬클럽 회원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며 "직장인 회원이 많아서 그런지 시즌 내내 차분하게 양선수를 지켜보며 응원했다"고 말했다.

'위풍당당'회원들은 재활원 방문, 아동학대예방기금 모금 등 사회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어린 학생들이 주축인 다른 팬클럽에선 볼 수 없는 모습이다. 孔씨는 "스타를 좋아하는 차원을 뛰어 넘어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뭔가를 하고 싶었다"며 "봉사를 통해 회원들간의 친목을 단단히 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직장인의 관심이 집중돼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기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직장인 마술 열풍은 마술 카페, 마술 학원 등 다양한 형태로 계속 번지고 있다. 1m87㎝의 키에 훤칠한 외모를 갖춘 마술사 이은결(21)의 등장은 이들을 결집할 수 있는 촉매제로 떠올랐다.

마술에 대한 호기심이 직장인들을 결집시키고 그래서 스타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마술 팬클럽 회원인 이주현(31·간호사)씨는 "마술 팬클럽하면 요즘 이은결 팬클럽이란 등식이 성립한다"고 말했다.

문화개혁시민연대 이동연 사무차장은 "인터넷 세대들이 직장인이 되면서 팬클럽이 직장인 위주로 자연스레 재편되고 있다"며 "주5일 근무제 등 여가 시간의 확대에 따라 직장인들의 팬클럽 활동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