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금리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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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들이 가계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다. 은행들은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올리거나 신용도가 나쁜 고객에 대해 더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이 위축되면서 가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7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 때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가 50%에서 60∼70%로 인상됨에 따라 BIS 비율이 0.17∼0.34%포인트 떨어진다"며 "BIS 비율을 만회하려면 그만큼 이익을 많이 내야 하므로 대출금리를 더 올려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험가중치가 높아지면 분모인 위험자산이 늘어 BIS 비율이 떨어지는 반면 순이익을 더 내면 분자인 자기자본이 커져 BIS 비율이 올라간다.

조흥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할 때 적용하고 있는 연 7.2%대의 고정금리를 다음달부터 1%포인트 올릴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부채비율(연간소득 대비 총부채 비율)이 2백50% 이상이거나 소득증빙 자료를 내지 않을 경우 대출금리를 기존 대출 금리보다 올려받기로 하고 이번주 초 1%포인트 이내에서 가산금리폭을 정할 예정이다. 하나·신한은행 등도 부채비율이 2백50% 이상인 고객에게 가산금리를 물리는 방식의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한미은행은 대출을 받으면서 신용카드를 신청하는 제휴상품에 가입하면 보너스를 주던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이로 인해 가계대출의 최저 금리가 연 0.2∼0.3%포인트 올라갈 전망이다.

금리를 낮춰주는 것이나 다름없던 '근저당권 설정비 면제'도 사라지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주택담보대출 경쟁을 벌이면서 총대출금액의 0.6∼1%를 차지하는 근저당권 설정비를 면제해줬으나, 우리은행이 지난 5일부터 면제제도를 없앴고 신한은행도 18일부터 근저당권 설정비를 다시 받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출금이 3천만원 미만인 경우 1.0%포인트, 3천만∼1억원은 0.7%포인트, 1억원 이상은 0.6%포인트씩 대출 첫 해 부담이 커지게 된다. 사실상 그만큼 금리가 올라간 셈이다.

한편 은행들의 대출금액이 이달 상순(1∼10일) 들어 감소세를 나타냈다. 상순 기준으로 은행 대출이 줄어든 것은 20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현재 국내 예금은행의 대출 잔액은 총 4백54조3천1백여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1천85억원 감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가계대출의 경우 증가 추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증가 속도가 크게 둔화됐다.

허귀식 기자

ksl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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