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판 '엽기적인 그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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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봉됐던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를 잊지 않았다면 주연 배우 오드리 토투의 얼굴이 기억날 것이다.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파하고 다녔던 귀염둥이 소녀 아멜리에. '좋은 걸 어떡해!'(감독 파스칼 바일리)는 그의 상큼함을 다시금 만나는 기분 좋은 로맨틱 코미디다.

그런대 한가지 유념할 게 있다. 프랑스 영화인 만큼 분위기 자체가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와 사뭇 다르다. 알콩달콩, 티격태격 사랑을 쌓아나가다 결혼에 골인하는 그런 공식을 밟지 않는다. 대신 사랑에 빠진 한 여성의 무한한 자기 노력에 집중한다.

'좋은 걸 어떡해!'에서 토투는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패션 모델 미셸로 나온다. 사귀던 남자와 헤어지자 처음 만난 다른 남성의 방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감정파 아가씨다. 사회의 관습이나 규범, 도덕률은 그녀와 관계가 멀다. 그녀의 좌우명은 느낌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그런 미셸에게 열두살 연상의 수의사 프랑수아(에두아르 바에르)가 나타난다. 잘 생기고 예절 바른 멋진 남성이다. 그런데 프랑수아는 유대인. 미셸은 프랑수아의 마음을 잡으려고 유대교로의 개종을 시도한다. 전에 천주교·불교에도 심취했던 미셸. 그는 프랑수아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지름길로 유대교를 택한다. 하지만 본인이 유대인임을 자랑스럽지 않게 생각해온 프랑수아는 미셸의 돌출 행동을 수용하지 못하고….

영화의 백미는 천방지축 같은 미셸의 행동이다. 요즘 말로 거의 '엽기녀' 수준이다. 종교 문제를 놓고 프랑수아와 항상 다투고, 어머니와도 으르렁거리고, 프랑수아의 부모님 앞에서 촛불로 담뱃불을 붙인다.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건 미셸의 천진난만한 모습 때문. 가식 없는 행동이기에 어떤 실수도 용서할 만하다.

'좋은 걸 어떡해!'는 일기 형식으로 진행된다. 매 장면이 짧게 짧게 끊어지기에 속도감이 느껴진다. 다만 얘기가 물처럼 쭉 흘러가지 않아 기승전결식의 드라마에 익숙한 관객들에겐 싱겁게 비칠 수 있다. 자유분방한 프랑스인의 일상도 다소 당혹스럽다.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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