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롯백화점도 인정한 인형명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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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세계 최고급 제품을 많이 파는 곳으로 알려진 영국 런던의 해롯 백화점 4층. 이곳에선 '오로라 테디'라는 브랜드가 붙은 곰 인형을 만날 수 있다. 명품으로 인정받은 삼성전자의 지펠냉장고도 2000년에 입성한 이 백화점에 오로라 월드가 만든 캐릭터 인형은 이미 5년 전 진출했다.

이 회사 제품은 미국 시어즈·메이시 백화점 등에서도 고급 브랜드로 대접받고 있다.

봉제 인형 사업을 한물 간 분야라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많다. 그러나 오로라 월드의 생각은 다르다. '세계 일류(월드 베스트)' 상품을 만들면 얼마든지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자체 디자인 연구소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먹히는 캐릭터 인형을 내놓아 호평받고 있다. 수출이 늘고 상품 가치도 올라가면서 지난달엔 산업자원부가 선정한 세계 일류 상품에 포함됐다.

나이키·스타벅스 같은 기업을 모델로 '브랜드 경영'을 꿈꾸는 오로라 월드의 홍기우(洪起禹·55·사진) 대표이사를 만났다.

-제품이 일류로 평가받는 비결은.

"시장 흐름을 주도하는 브랜드와 거미줄 같은 판매망이 결합한 덕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미국·영국·홍콩 등의 현지 법인 디자인연구소에서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해에 네번씩 서울 본사에서 회의를 열고, 1∼2년 뒤에 어떤 상품이 인기를 끌지 연구한다. 이렇게 만든 상품은 세계 곳곳의 판매 네트워크를 거쳐 소비자의 손에 들어간다."

-국내 투자자들에겐 생소하다.

"매출의 98%를 해외에서 올린다. 국내에선 인기 제품이 나오면 금세 복제품이 떠돌아 사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부터 국내 시장에도 본격 진출, 롯데월드·애경백화점·센트럴시티 등에 매장을 두고 있다. 올해 30억원 정도로 예상하는 국내 매출을 2005년엔 2백5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봉제인형은 사양산업 아닌가.

"자체 브랜드가 없다면 그렇다. 우리는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고급스럽고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금은 5천여종의 캐릭터 인형을 팔고 있다. 특히 철저하게 현지인의 구미를 당기는 제품을 내놓은 게 주효했다. 지난해 9·11 테러 이후엔 미국 성조기 문양을 넣은 '아메리칸 히어로스' 시리즈를 내놓아 큰 성공을 거뒀다."

-세계적인 캐릭터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나.

"TY·러스베리 같은 경쟁 업체들이 한발 앞서 있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5년 내에 따라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이 분야는 아이디어 싸움인데 우리의 연구 개발 인력이면 가능하다."

-수출 비중이 큰데 최근 떨어지는 환율이 나쁜 영향을 주지 않나.

"국내에서 생산하는 수출 업체라면 그렇겠지만 우리는 달러와 환율이 연동된 중국에서 주로 제품을 만든다. 판매·생산기지는 해외에 두고, 국내에선 상품 개발을 전담하는 사업 구조 덕에 환율 영향은 크지 않다."

-최근 주가가 3천원선을 못 넘고 있는데.

"세계 1위 브랜드로 인정받고 매출·순이익이 증가하면 자연스레 재평가를 받을 것이다.이익을 내 주주들에게 돌려 주는 게 회사의 큰 경영 철학 중 하나다."

-주주 이익을 위해 고려 중인 게 있다면.

"지난해 20%(액면가 기준)의 배당을 했는데 올해도 그 이상을 목표로 한다. 가급적 주주들과 이익을 나눈다는 취지에서 지난해 대주주에게 돌아간 배당금 몫은 전체의 10%뿐이었다."

-성장 전략은.

"단순한 인형이 아닌 브랜드를 파는 회사가 되는 게 목표다. 2007년엔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 올려 세계 1등 기업이 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우선 디자인·상품 개발 인력을 집중적으로 키우면서, 중국 등 잠재력이 큰 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겠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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