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 팔고 가전도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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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 대치동의 도요타 렉서스 자동차 전시장을 찾는 고객들은 낯선 장면에 종종 당황한다. 고급 자동차 매장 안에 벽걸이TV(PDP-TV)와 액정화면(LCD)TV 등 첨단 디지털 가전제품들이 전시돼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시장인지, 디지털가전 전시장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는 도요타와 일본 샤프전자가 제휴해 자동차 전시장에 가전제품을 같이 전시하는 이른바 '로열 마케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 일본 소니는 독일의 BMW와, 일본 JVC는 미국의 포드와 로열 마케팅을 벌이는 등 외국계 기업들의 짝짓기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샤프전자 김국현 팀장은 "고급 자동차와 첨단 가전제품의 고객은 대부분 일치하기 때문에 외국 기업끼리 이같은 공동 마케팅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급 자동차와 디지털가전은 찰떡 궁합=소니는 지난 7월부터 고급차인 BMW의 대치동·강서지역 전시장에 디지털TV '베가'시리즈를 함께 전시하고 있다.

BMW의 우수 고객들에게 발송되는 잡지와 광고 우편에 소니의 명품 제품을 소개하는 브로슈어도 함께 보낸다. 소니는 벤츠와도 짝짓기를 추진 중이다. 샤프전자는 도요타 렉서스 우수 고객에게 보내는 잡지 등에 샤프의 카탈로그를 함께 발송한 결과 PDP-TV나 액정화면TV 구입 고객이 3∼4%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샤프는 크라이슬러·BMW 등과도 공동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JVC코리아는 포드코리아와 함께 짝을 지어 비슷한 행사를 가졌고, 필립스도 볼보와 공동 마케팅을 추진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도 뉴그랜저XG와 파브TV를 구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광고·홍보·판촉을 같이 벌이는 '토종' 공동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제휴사 고객을 잠재 고객으로=이처럼 외국기업끼리의 로열 마케팅이 성행하는 것은 두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층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수천만원대의 고급 자동차와 값비싼 디지털가전을 구입할 만한 수요층이 사실상 제한돼 있어 제휴사의 고객을 잠재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강력한 마케팅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국내 기업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아 외국기업끼리 힘을 합침으로써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JVC코리아 엄호성 부장은 "세계적인 첨단 제품끼리의 결합은 양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도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더욱 확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yoonn@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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