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위의 멀티플레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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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정(24·평창군청·사진)은 '매트 위의 멀티플레이어'로 불린다.

지난해까지는 유도선수로 활약하다 여자 레슬링으로 종목을 바꾼데 이어 이번 전국체전에선 다시 유도선수로 출전했기 때문이다.

강민정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정도로 여자 유도의 유망주였다. 그러나 대회를 1주일 앞두고 갈비뼈가 부러진 것이 그녀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한 절망감은 너무나 컸다. 이때 "선수층이 얇아 메달 획득이 쉬운 여자 레슬링을 해보는 게 어떠냐"는 주위의 권고에 귀가 솔깃해졌다.

레슬링 선수로 변신한 지 한달 만에 아시아 여자레슬링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때부터 멀티 플레이어 강민정의 이중생활(?)은 계속됐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선 다시 유도 여자일반부 78㎏급에 출전해 은메달을 따냈고 지난달 부산 아시안게임에선 여자레슬링 72㎏급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지난주 그리스에서 열린 여자레슬링 세계선수권에서 돌아오기가 무섭게 이번 체전을 위해 다시 유도복으로 갈아입었다. 울산시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던 데다 유도에 대한 미련을 떨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14일 제주 유도회관에서 열린 여자 일반부 72㎏급에서 강민정은 8강전에서 보기좋게 나가떨어졌다. 1차전에서 경기 시작 30여초 만에 김혜정(경북)을 누르기 한판으로 눌렀지만 2차전에서 만난 제민정(충남)에게 잇따라 유효를 허용한 끝에 탈락하고 말았다.

유도 훈련을 많이 하지 못한 탓에 자세도 어색했고 상대 선수의 도복을 잡아채기도 쉽지 않았다.

강민정은 "유도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이제부터는 레슬링에 전념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선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정제원 기자

newspoe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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