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 욕망을 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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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어라'.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화두다. 외국 기업들은 그동안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 상품들을 그대로 국내에 들여와 팔았지만 이제는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파악한 뒤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한국 소비자를 알아야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

다국적 식품회사인 제너럴 밀스는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파악하기 위해 27∼45세의 전업 주부를 대상으로 '고객 자문이사'모임을 만들었다.

한국 네슬레는 커피브랜드인 테이스터스 초이스의 광고 모델을 선정하기 위해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설문 조사를 벌였다. 외국기업들의 노력들을 한국P&G와 브리티시 아메리카 토바코(BAT)를 통해 알아본다.

#1만명을 대상으로 머릿결을 조사했다

한국P&G의 헤어케어 브랜드인 팬틴은 지난달 중순 소비자를 대상으로 헤어케어에 관한 대대적인 설문 조사를 벌였다. 팬틴 홈페이지(www.pantene.com)에서 보름간 진행된 이 설문조사에는 1만2백95명이 참가했다. 한국 소비자들이 머릿결에 대해 갖고 있는 고민과 헤어 관리 습관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조사 결과 머릿결이 건강하지 않다는 응답자가 80%에 달했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단순 모발 세정 제품보다는 건강한 머릿결을 살려주는 치료 개념의 제품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은 ▶갈라진다(40%)▶약하다(23%)▶건조하다(15%)▶윤기가 없다(12%)▶힘이 없다(10%) 등 다섯 가지 증상에 대해 특히 고민하고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에 따라 한국P&G는 새로 시장에 내놓는 '팬틴 토탈 컨디셔닝 린스'의 컨셉트를 '건강하지 않은 머릿결의 다섯 가지 증상을 한번에'로 잡았다. 마케팅 담당 이수경 상무는 "이번 조사를 통해 한국 소비자들이 외국 소비자들과는 다른 기호와 습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한국 소비자들이 외국 브랜드 제품이라고 무조건 선호하던 시대는 지났다"면서 "한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해야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P&G는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의견 반영(FGI)이나 설문 조사를 지속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한국 애연가의 입맛을 잡아라

BAT코리아는 한국 애연가들의 입맛을 알기 위해 매년 한차례 대대적인 시장조사와 제품 맛 테스트를 하고 있다. 한번 조사에 2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와 구매 행태도 조사한다. 이런 노력 덕에 올 상반기 외국산 담배 중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이 회사는 또 2년전 개설한 홈페이지(www.batkorea.com)를 통해 매월 평균 약 1만5천명의 소비자들로부터 의견을 듣는다. 지난 10월에는 수신자 요금 부담 전화서비스(080-787-1000)도 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BAT코리아 본사에서 운영되는 '고객 만족 센터'는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어떤 문의나 불만에 대해서도 응답하고 있다. 이 회사는 고객들을 위해 자사 제품의 담뱃갑에 고객불만 전화를 인쇄했다.

BAT코리아 존 테일러 사장은 "한국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 지난 9일 경남 사천에 담배 제조 공장을 설립했다"면서 "한국 소비자들의 불만과 취향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좋은 제품을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김동섭 기자

don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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