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파는 사랑의 가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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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3일 오후 경기도 동두천시 생연동 건강 보조식품 판매점인 '희망천사 인삼나라'. 10여평 넓이의 매장에서 30,40대 자원봉사자 두명이 환한 미소로 손님을 맞는다. 제품이 진열된 겉모습은 여느 매장과 다름없으나 벽면에 '수익금 전액이 고통과 절망에 빠진 불우이웃을 위해 쓰인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가게는 동두천 주민 27명이 참여해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과 소년소녀가장 등을 돌보는 '희망 지킴이 천사운동본부(www.hope1004.com)'가 이웃돕기 운동 전용 매장으로 지난 9일 문을 열었다. 가게와 1천여만원어치의 제품은 신분을 밝히지 않은 40대 중반의 한 독지가가 기증했다. 천사운동본부 측은 이 독지가의 뜻을 존중, 앞으로 이 가게를 자체 운영하며 수익금으로 이웃돕기 운동을 하기로 했다. 물건값은 시중의 70% 수준이다.

공지태(孔池泰·46·낙원교회 목사)본부장은 "가게에서 나오는 수익금에다 매달 1만원씩 내는 6백여 후원자의 정성을 모아 백혈병·소아암·심장병 등 난치병을 앓고 있거나 불의의 사고로 곤경에 빠진 이웃을 찾아내 도와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구성된 천사운동본부는 그동안 1천5백여만원을 모아 월세방에서 쫓겨날 처지에 있던 소녀가장과 영세민 중환자 등 10여명에게 전달했다.

대부분 30∼40대 중년층인 회원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목사·공무원·소방대원·회사원·유치원장·사회복지사·시작장애인협회장·간호사·기업체 이사·자영업자 등 직업은 달라도 남을 돕겠다는 마음만은 한덩어리다. 이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면 현장조사와 경제적 여건 등을 꼼꼼히 파악한 뒤 지원 여부와 지원 내용을 결정한다.

기금 운영 내역은 홈페이지와 3개월마다 발행하는 소식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백두원(白斗源·30)간사는 "혼자의 힘만으로 생활을 꾸려갈 수 없는 이웃들이 최악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였다"며 "이 운동을 통해 훈훈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 정신이 넘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031-864-8004.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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