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롬 경영권 분쟁 2라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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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한동안 잠잠했던 새롬기술의 지분 매입 경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새롬기술 오상수(사진) 사장은 12일 우호지분 3.28%를 추가로 확보해 지분율을 13.96%로 높여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을 시도하던 새롬벤처투자 홍기태 사장 측(지분율 11.79%)을 누르고 최대 주주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새롬기술은 다음달 13일 임시주주총회가 예정돼 있으며, 주주명부가 폐쇄되는 오는 18일부터는 더 이상 지분 매입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번주 중 양쪽의 우호지분 확보 경쟁이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 새롬벤처투자는 홍사장이 51%, 새롬기술이 49%의 지분을 갖고 있는 벤처 투자 전문회사다.

새롬기술 측은 13일 이번 지분 확보에 대해 "오사장을 지지하는 개인투자자 10명이 장내에서 매수한 것으로, 이들은 임시주총에서 오사장과 뜻을 같이해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지분 변동 이후 5일 이내에 공시를 안하면 주총에서 의결권 제한을 받을 수 있어 공개하게 됐다고 새롬 측은 덧붙였다. 1백27만여주를 매수하는 데 들어간 금액은 약 9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홍사장 측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홍사장 측인 새롬벤처투자 박원태 전무는 "임시주총에서 뚜껑을 열어보면 누가 이기는지 판가름날 것"이라며 "이번 지분 변동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확보를 자신한다"고 했다. 추가 지분 매입을 강력히 시사하는 발언이다.

오상수 사장 측과 홍기태 사장 측은 주주명부가 폐쇄되는 18일 이후부터 임시주총이 열리는 다음달 13일까지 소액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설득작업을 펴는 '위임장 전쟁'을 벌일 전망이다.

한편 M&A로 인한 지분 매입 경쟁으로 새롬기술 주가는 지난 8월 4천원대에서 최근 7천원대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오사장이 추가로 우호지분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3일엔 하한가인 5천8백70원으로 주저앉았다.

LG투자증권 이왕상 연구원은 "오상수 사장의 우호지분 확보 자체는 악재가 아니어서 하한가는 의외"라면서도 "별다른 성장전망 없이 M&A 재료로만 주가가 그동안 강세를 보여 왔고, 경영권 분쟁 후 이들 대주주가 불시에 대량 매도할 가능성이 커 개인 투자자들이 팔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choi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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