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귀는 결정… 다음 둘곳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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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제4보 (70~95)=중국랭킹 4~6위를 오가는 뤄시허9단은 감각파 기사로 알려져있다. 감각파들은 재주가 있어 속기를 잘 두고 전투능력이 뛰어난 반면 실수도 많고 덜컥수도 잘 두는 약점이 있다. 인터넷에서 이 판을 열심히 해설 중인 서능욱9단과 매우 흡사한 느낌을 주는 기사다.

서9단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별명도 나하고 같더라니까요"하며 쓴웃음을 짓는다. 뤄시허9단은 키가 자그마한 데다 통통한 몸매를 갖고 있어서 '꽃돼지'란 별명을 얻었다. 서능욱9단 역시 젊은 시절엔 '꽃돼지'로 불리곤 했다. 감각파 중에서 최고수를 꼽는다면 바로 조훈현9단이고 그의 윗대엔 우칭위안(吳淸源)9단이 있다. 曺9단은 감각파의 장점은 살리고 약점은 오랜 단련과 정신력으로 철저히 제거해 나갔다. 뤄시허는 넓게 잡아 曺9단의 계보에 속하는데 대성 여부는 바로 정신자세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초반의 화려한 접전을 거쳐 국면은 잠시 숨을 고르는듯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뤄시허가 70으로 걸치고 曺9단이 71로 협공하여 80까지 두어졌다. 81은 반상 최대의 곳이었고 이 수를 차지하면서 흑은 실리에서 한걸음 앞선 것이 확연해졌다.

속기파인 뤄시허도 이 대목에선 너무 어려운 듯 뜸을 들이고있다. 막막한 바둑이다. 네 귀는 결정됐고 남은 곳은 우변뿐이다. 그러나 우변은 발전성이 사방으로 제한된 탓에 생각보다 작다. 뤄시허는 84, 86의 날카로운 중앙공격으로부터 실마리를 찾으러 나섰고 曺9단도 95까지 조심스럽게 수비에 임하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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