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살려야 생태계가 산다" SBS 특집 다큐 '늑대 복원…'서 재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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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짐승보다 영리하고, 자신보다 10배나 무게가 많이 나가는 짐승을 사냥할 만큼 힘이 센 늑대. 늑대의 이 천부적인 능력이 다른 동물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는 위협 요소로 작용했다. 그래서 늑대는 일찌감치 거칠고 외로운 황야로 쫓겨났고, 이젠 멸종 위기에 처했다. SBS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늑대 복원, 3년의 기록'(16일 밤 10시 50분·사진)은 사라져간 늑대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

경기도 양주의 야생동물 보호센터에는 암수 두 쌍의 늑대가 살고 있다. 이들은 한국야생동물구조센터가 지난 1999년 늑대 증식 작업을 위해 중국 하얼빈 동물원에서 데려온 것이다. 제작진은 이때부터 3년 가까이 늑대 증식 작업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2001년 3월 늑대 증식장 내부의 산실에서 암컷 늑순이가 새끼 다섯 마리를 낳았다. 새끼들 모두 건강해 보였지만 3일 후 모두 죽어 버렸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이었다.

같은 해 4월에도 센터의 모든 관계자들이 숨을 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애랑이가 여섯 마리를 출산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어미가 새끼를 물어 죽이기 시작했고 이를 지켜보던 대원 한 사람이 가까스로 한 마리를 구해냈다. 살아난 새끼의 이름은 '하나'로 이름 지었다. '하나'는 이곳 야생동물 보호센터에서 태어난 늑대의 첫 후손이다. 그후 올 4월에도 애랑이가 또 한 번 일곱 마리 새끼들을 낳았지만 역시 원인을 알지 못한 채 모두 죽어버렸다.

제작진은 늑대의 서식환경과 생태를 제대로 알기 위해 늑대들이 살고 있는 내몽골의 후룬베이얼 고원지대를 찾았다. 제작진은 늑대가 1백여 마리 이상 모여살아야 증식이 잘 된다는 걸 알게 됐다. 한국에서 두 쌍의 늑대로 증식하기엔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늑대의 개체수를 늘리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

3년간 늑대 증식 작업을 지켜본 강부길 PD는 "많은 사람들이 늑대의 증식·복원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다. 그것은 늑대들이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늑대는 해로운 동물이 아니다. 먹이사슬의 최종 소비자로서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고마운 존재다"라고 설명했다.

19세기 말부터 전 세계에서 늑대의 숫자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이제는 늑대가 멸종된 나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서 온 늑대가 남겨준 '하나'라는 새끼 늑대와 함께 한국에서의 늑대 증식 프로젝트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박지영 기자

naz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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